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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초점]'안전한 강원도' 특별하게 여행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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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호 문화기획자 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 칼럼리스트

초행의 낯선 이에게

편하게 열려 있는 길

잊을 수 없는 추억돼

방호벽 보완은 필요

언제, 어느 곳이건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로 시작된다. 여행을 위해 일상을 벗어나는 일은 지루한 익숙함을 초월하기 위한 시도를 의미한다. 익숙함을 버리면서 여행을 통해 만나는 모든 것은 일단 낯설게 마련이다.

지난해부터 ‘특별자치도’가 된 강원도를 여행지로 선택하는 일은 상투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의 마주하게 될 모든 경이로움을 기꺼운 마음으로 만끽하겠다는 희망을 의미한다.

강원도는 세상의 모든 육지와 맞닿아 있다. 자동차로, 기차로 혹은 멀쩡하고 무모한 두 다리의 꿋꿋한 힘을 써야 하는 자전거이거나 걷는 일로도 얼마든지 다가갈 수 있다.

분단의 현실과 짙푸른 동해 바다를 제외한 남쪽과 서쪽을 거친다면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육로의 강원도 여행길은 어쩌면 새로운 세상의 발견이거나, 일상을 벗어난 일탈을 통해 뜻깊은 각성이거나 이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저 자신을 옥조이던 익숙함을 잠시 내려두고 청정한 사람들과 찬란한 풍광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낯선 것들에 대한 기대와 가벼운 두려움과 아름답게 조우하겠다는 감성이 훨씬 더 유효적절하다.

강원도 가는 길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다양하다. 새로 뚫은 길의 그런 속도와 흩어짐은 편리하겠으나 강원도에는 어색하다. 산천초목은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쫓기듯 강원도에 찾아와 서둘러 귀가를 재촉하는 여행길은 강원도의 낯설고 아름다운 매력과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돌아 천천히 다가가는 강원도 길의 낯선 추억은 여행지로서 강원도를 그리워하게 하는 경로가 된다. 한계령과 진부령, 미시령. 이름만으로도 하늘과 맞닿는 것 같은 절정의 길이 새로 뚫린 빠른 길에 밀려 비워지고 있다. 익숙했던 경로가 낯선 고갯마루가 되어 다시 넉넉하고 고즈넉한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은 강원도를 특별하게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

다만 세상의 모든 낯선 것들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경이로움과 더불어 두려움과 위험함이라는 걱정을 만들게 된다. 자동차를 이용해 낯선 곳으로 여행하는 일은 그러므로 일상에서와는 다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음은 강원도 사람뿐만 아니라 강원도를 즐기기 위해 찾는 외지인들에게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찾아가는 이의 설렘과 마중의 기쁨이 공존하는 길은 강원도가 추구해야 할 상생의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의 길은 공평하지 않다. 낯선 길을 더욱 낯설게 하는 위험천만한 도로 구조와 익숙한 도민만을 염두에 둔 위험한 도로시설의 방치는 강원도답지 않다. 아찔한 아름다움이 있는 한계령, 진부령, 미시령 등의 고갯마루와 담대한 파도가 경이로운 방파제는 강원도의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는 낯선 스릴을 경험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스릴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강건해야 도전이 가능한 것이고, 그런 도전은 강원도에 대해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강원도의 길은 낯선 이들을 향해 환하게 열리고, 길 모르는 이들을 위해 든든하게 닫혀 있어야 한다.

강원도 사람들이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은 낯선 외지인들에게는 그야말로 눈앞을 가리는 길이다. 적법하지 않은 기준으로 부실하게 설치된 도로 방호벽은 낯선 이들에게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 부실함과 부적합한 방호벽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반대 차선이거나 보도를 걷는 이들에게도 치명적인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게다가 태양광을 이용해 야간에도 선명하면서 경관 조명을 꾸밀 수 있는 방호벽을 설치한다면 금상첨화다. 천천히 머물다 가는 아름답고 안전한 강원. 초행의 낯선 이들도 편안한 길을 만드는 일이 강원특별자치도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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