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The 초점]아낌없이 주는 나무 ‘수소산업’에 새싹을 틔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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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전 북평산업단지경영자협의회장

효율적 수소 생산 대안

암모니아 ‘급부상

앵커기업 SOC 확충

북평산단 대전환 기대

강원도는 수도권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살아왔다. 깨끗한 물과 공기, 아름다운 경치, 정서적 힐링을 제공해 온 것은 물론 에너지의 대부분을 공급해 왔다. 제 살을 깎아 석탄을 내주었고 제 물을 가둬 수력발전 전기를 만들어 주었으며 근래 들어서는 제 공기를 더럽히고 제 산을 깎아가면서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어 수도권으로 보내주고 있다. 몸통마저 다 베어 가면 그루터기만 남아 새싹을 피워 올릴 수도 없을 지경에 다다랐다. 이제 더 내줄 것도 없지만 이 그루터기가 죽지 않고 새싹을 다시 틔우기 위해, 그리고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라는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전을 위해서는 진지하게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동해시와 인근 반경 40㎞에는 총 7.8G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5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다. 수도권의 48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한다. 수도권으로 전기를 흘려보내기 위해 아름답던 산봉우리에는 송전탑이 빼곡하다. 석탄화력발전의 유효기간은 길지 않다. 환경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탈탄소시대를 위해서는 지금의 발전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지난해 동해, 삼척의 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구축사업이 국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운송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비도 많다. 3,000억원이 넘게 드는 이 사업을 통해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에 사용되는 제품의 성능을 시험, 평가하고 실증하는 시설들이 동해, 삼척지역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재래식 에너지의 생산거점이라는 이 그루터기에서 새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재래식 에너지의 생산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민간기업들도 이에 대한 구상이 있는 듯하다. 발전에 필요한 석탄량을 줄이고 그만큼 암모니아를 같이 연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들여오기 위한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역사회에서도 이를 도와야 한다. 신항을 개발하고 있는 동해항의 개발 계획에 이를 반영시켜야 한다. 암모니아는 화학식에서 질소 하나만 떼어내면 수소를 얻을 수 있는 기체다. 효율적 수소 생산의 대안으로 암모니아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암모니아를 발전소용 연료로서만이 아니라 수소산업의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동해, 삼척지역의 수소산업이 이번에 예타 통과된 액화수소 저장·운송 클러스터 사업으로 국한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는 재래식 에너지 생산기지에서 친환경 미래 에너지 생산기지로 탈바꿈하는 더 큰 꿈을 꾸어야 한다.

북평산업단지 내 금속가공, 기계업체들은 2021년 수소산업 연계 부품 소재 미니클러스터를 조직해 전국의 수소산업 현장을 돌며 준비하고 있다. 미래의 대전환을 위해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자신의 업종을 포기하고 업종 전환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수소산업의 미래를 개척해 갈 앵커기업만 들어와 준다면 산업생태계를 갖추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평택~삼척 고속도로가 뚫리고 동해선 철도가 연결되면 동해, 삼척 지역은 현재 수소산업을 준비하고 있는 울산, 포항, 인천, 평택 등과 연결되는 수소 네트워크의 결절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폐광지역에 관광위락시설을 짓는 방식으로 과거의 에너지와 작별을 고한 바 있다. 수소산업은 에너지와 작별하는 방식이 아니라 에너지를 탈태환골시키는 새로운 방식이다. 환경을 배려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이다. 우리의 나무는 계속 자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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