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역경 속에서도 행복을 노래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허남국 작가가 시‧사진집 ‘소리로 보고 빛으로 듣고’를 통해 자신만의 해답을 내놨다. 156편의 작품을 통해 허 작가는 자연과 사람의 힘으로 살아온 인생의 여정을 회상했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삶의 한 가운데에서 그를 지탱한 건 가족이었다. 난치성 뇌질환을 앓았던 아내를 13년간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던 그는 아내와 함께하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했다고 노래한다.
“한 치 앞도 알지 못하는 게/인생인 것을/영원한 동반자로/끝까지 함께 할 줄 알았는데/눈 내린 벌판에/당신 홀로 두고/돌아설 줄 상상도 못했네요”(눈물 中)
떠난 아내의 빈자리를 보며 써 내려간 작품들에는 아내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곳곳에 진하게 녹아들어 독자들의 마음을 저리게 한다. 이별의 슬픔 속에서 인생의 오랜 벗이었던 아내와의 삶을 회고하는 작품은 화려한 수식 없이도 깊은 감동을 전한다.
“이제는 구수한 누룽지 멋으로 살아가는 황혼/하루 끝내고 수평선 잦아드는 붉은 태양처럼/윤슬 반짝이며 불꽃 노을에 물드는/석양 바다 한가운데에 내 인생을 묻는다”(세월의 굴레 속에서 中)
사계절의 자연은 존재만으로 한 편의 시가 됐다. 허 작가는 사진가가 되어 보겠다는 황혼의 꿈을 가지고 자연의 풍광과 그 안의 삶을 담아냈다. 책장을 덮을 무렵 작가는 책을 펴며 품었던 질문에 대답을 건네온다. “머무르 듯 흐르는 삶 속에서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말라"고.
그는 “10만 번 이상 셔터를 누르며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 것이며, 시는 감성을 펜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파란 하늘 팝콘 터지듯 피어오르는 흰 구름과 바지랑대 끝 걸린 옥양목처럼 작열하는 태양이 삶의 희노애락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도서출판 행복에너지刊. 335쪽.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