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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선거구 획정 안 하고 ‘대진표’ 짜는 ‘정치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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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코앞, 선거구 획정은 ‘오리무중''
‘지역구, 선거일 1년 전 결정'' 법조항 유명무실
유권자 판단 돕도록 조속히 매듭지어야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기본 룰인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진표를 짜는 ‘정치권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원주갑에 현역인 박정하 국회의원을, 원주을에 윤석열 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단수 공천했다. 홍천-횡성-영월-평창에서는 역시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한 유상범 국회의원이 단수 공천됐다. 이날 발표에서 춘천갑, 춘천-철원-화천-양구을, 강릉, 속초-인제-고성-양양, 동해-태백-삼척-정선 지역구 공천 심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강원지역 8개 지역구 가운데 5곳의 공천 심사를 마치고, 원주갑과 강릉의 경선을 진행 중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상당수 유권자는 자신이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후보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출마할 지역구가 어디인지 모른 채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1년 전까지 획정한다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유명무실하다.

21대 총선은 선거일 39일 전에 선거구가 획정됐다. 후보자들은 그들대로 속이 타들어 가고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그동안 이름이 알려진 현역 의원은 유리하고 정치 신인들에게는 불리하다. 유권자들도 후보를 검증할 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선거구 늑장 획정은 기존 정치인들의 기득권 지키기와 ‘참정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 모두 후보자가 뛸 ‘운동장’ 정리는 뒷전으로 미룬 채 ‘선수’ 선발에만 골몰하고 있다. 국회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국회의원 144명이 정당을 초월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만들었고, 19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열어 토론도 벌였다.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민 공론조사를 거쳐 승자 독식과 극한 대립의 선거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공감도 이뤘다. 그럼에도 거대 양당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인구수를 절대 기준으로 적용하는 현 선거구 획정 방식으로 강원도 선거구는 1996년 제15대서부터 24년 동안 다섯 번 변했다.

특히 15대 당시 춘천, 원주, 강릉이 각각 갑·을로 구분돼 전체가 13석이었지만 2000년 16대 선거에서 9석으로 줄면서 큰 변화가 일었다. 일부 군 단위 자치단체는 선거 때마다 여기저기 붙여지며 ‘대의 정치’ 의미가 사라졌다. 인구수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 의석수 감소 및 누더기 선거구가 되풀이되는 이유다. 21대 선거에선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이라는 기형적인 선거구가 등장했다. 춘천시는 단독 분구의 요건을 갖췄지만 접경지역 인구가 모자라 춘천북부지역의 일부(신북읍·동면·서면·사북면·북산면·신사우동)를 떼 철원, 화천, 양구에 붙인 새로운 선거구 ‘춘천-철원-화천-양구을’을 만들었다. 선거구 재획정이 반드시 필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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