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영화를 프리즘으로 바라본 세상…‘수필, 영화를 탐하다’

이대범 전 춘천영화제조직위원장 ‘수필, 영화를 탐하다’

◇이대범 作 ‘수필, 영화를 탐하다’

우리의 삶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몇 편의 영화가 필요할까?

이대범 전 춘천영화제조직위원장이 최근 ‘수필, 영화를 탐하다’를 펴내고, 영화를 통해 지난 날을 회고했다.

영화가 금기이자 사치이던 시절 아서 힐러 감독의 ‘러브스토리’를 보며 눈물을 흘리던 청년이 손녀와 밭을 가꾸는 할아버지가 되기까지 그의 삶에는 늘 영화가 함께했다. ‘젊은이의 양지’, ‘카사블랑카’, ‘필라델피아’, ‘4개월 3주 그리고 2일’ 등 작가의 내면에 파문을 일으킨 작품들은 수십 년의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여 글감이 되고 삶이 됐다.

삶은 때때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 유신의 칼바람이 불던 청년시절의 암흑을 밝힌 것도, 또다른 꿈을 찾아 방황하던 중년에게 새로운 꿈을 선사한 것도 모두 영화였다.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 영화 ‘돈키호테 맨 오브 라만차’를 보며 인생이라는 풍차를 향해 돌진할 힘을 얻은 그는 영화에, 문화에 제대로 미쳐보기로 결심했다.

삶이 곧 영화였던 세월, 그의 다음 행보는 영화를 통해 얻은 삶의 풍요를 이웃과 나누는 일이다. 그동안 수집한 영화자료로 ‘찾아가는 이동극장’을 만든그는 매주 포터블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 스피커를 싣고 영화가 필요한 이들을 찾아나선다. 신성일, 박노식, 윤정희 등 1960년대를 풍미하던 배우들의 모습이 스크린에 재현되는 순간 피어나는 어르신들의 웃음, 헬렌켈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블랙’을 보면서 눈을 반짝이는 발달장애 청소년들. 이동극장에서 만난 관객들의 얼굴은 매주 무거운 짐을 챙겨 곳곳을 누빌 원동력이 됐다.

이대범 작가는 “나의 삶은 영화가 없었다면 팍팍했을 것”이라며 “영화를 프리즘 삼아 세상을 바라보고 나를 바라보며 세 번째 수필집을 써내려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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