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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가 고양이 체위를 하며 너를 살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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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숙 춘천여성문학회장 ‘모 씨와 모 씨에게’

송병숙 춘천여성문학회장이자 시인이 시집 ‘모 씨와 모 씨에게’를 펴냈다.

시집은 ‘숨을 키운 바람’, ‘그림자도 그늘도 없이’, ‘공중에 실금 하나 출렁’, ‘기억의 안쪽에서 흑백사진 몇 장’ 등 총 4부로 구성 돼 있다. 그의 시집 제목은 아무개를 이르는 모 씨가 연이어 등장한다. 따라서 이 시집은 누구를 위한 시도, 그렇다고 누구를 위하지도 않은 시도 아니다. 자유롭게 언어를 넘나들며 불특정 다수를 위로하는 등 언어의 공평함을 가질 뿐이다. 그의 시는 송 시인이 가진 특유의 비유와 은유가 난무한다. 그가 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게 만들며 독자를 매료시킨다.

그의 시 ‘고양이 체위’는 독특한 제목에 눈길이 갔다가, 시를 다 읽을쯤이면 개인의 모든 것을 대체하고 있는 핸드폰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든다. 고양이 체위와 핸드폰. 전혀 연관 없는 두 단어가 그의 시에서는 하나가 된다. 그는 아침마다 노래로 깨워주고, 감추고 싶은 비밀도 평생 모은 통장도 그 안에 담겼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내 핸드폰 배터리가 닳기 시작하면 절로 애가 타고, 마음이 초조해진다. 결국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휴대폰의 기분을 살피기 위해 사람은 고양이 체위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핸드폰의 기분을 살필 뿐이다.

독특하면서도 재미나고, 그 안에 송 시인만의 철학까지 담겨 시를 읽는 내내 그가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 속을 유영한다. 송병숙 시인 “떨림이 사라지면 바로 울타리 밖으로 온몸을 밀어내는 경계인, 불안이 숙명”이라며 “먼 길 돌아 당신에게 가 목숨 태워 발등을 비춘다”고 전했다. 도서출판 상상인 刊. 14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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