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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 유치 먼저, 균형발전 취지 잊는 기회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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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이전 기업에 대해 막대한 혜택을 제공하는 ‘기회발전특구’ 지정에 도전할 도내 지자체가 사전 수요조사에서 춘천, 원주, 강릉을 비롯해 9개 시·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높은 관심에도 대규모 투자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신청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기회발전특구의 지정·운영 등에 관한 지침’을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에 담긴 특구 지정 절차에 ‘시·도지사는 기회발전특구 지정 신청 이전에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기업의 투자 의사를 확보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투자 기업을 미리 확보한 지역만 특구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구 인센티브가 기업 유치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왔던 도내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맨손으로 기업 유치부터 하라는 것은 사실상 기회발전특구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기회발전특구는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플랫폼이다. 지방정부가 자체 조례에 따라 주도적으로 계획, 지정을 요청하며 기존 특구보다 세제 및 재정 지원, 규제 특례, 정주여건 개선 등에서 인센티브도 많다. 특히 규제 특례는 지방정부가 직접 설계할 수 있으며 투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지방정부가 배제를 요구할 수 있다. 지정 권한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지방시대위원회가 갖고 있으며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첫 번째 선정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강원지역에서는 대형 개발사업이 가능한 대기업의 확보가 사실상 힘든 여건이다. 아직 특구가 생겨나지도 않았는데 투자부터 약속받으라고 하면 신청 조건부터 큰 핸디캡을 안고 출발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역대 정부가 부르짖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번번이 좌초됐던 것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관련법 제정으로 실행이 가능해진 ‘기회발전특구’ 정책은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이전할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 현실에 맞는 인프라 구축과 정주 환경을 만들어 지정받게 하겠다는 것이 근본 취지다. 그러나 이래서는 기회발전특구 정책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지역균형발전은 번지르르한 정책이나 선언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수도권 기업과 지역의 특수성을 분석해 지자체와 협의하고 지자체가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 앞뒤가 바뀐 이런 행정으로 어떻게 사업의 실효성이 제고될 수 있겠는가. 역대 정부가 수십 년간 균형발전 정책을 펴 왔지만 왜 실패했었는지를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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