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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ELS로 혈세 날린 강원문화재단, 철저한 책임 규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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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문화재단이 혈세로 주가연계증권(ELS)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본보 취재 결과 강원문화재단은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농협과 신한은행을 통해 홍콩 H지수 ELS에 투자했다. 투자금은 10억원씩 5차례, 전부 50억원에 달한다. 재단의 총 기본재산 217억원 중 23%에 해당하는 막대한 혈세를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투기성 금융 상품에 속된 말로 몰빵한 셈이다. 강원문화재단의 ELS 만기는 모두 3년이다. 이 중 농협을 통해 10억원에 가입한 상품이 지난달 말 가장 먼저 만기가 도래했다. 재단이 환급받은 금액은 4억4,300만원으로 수익률 마이너스 55%였다. 더 큰 문제는 50% 이상의 손실률이 예상되는 신한은행에 가입한 40억원 규모의 ELS도 올 4월부터 7월까지 차례로 만료된다는 점이다. 강원문화재단의 손실액이 최대 3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모한 투자에 따른 대가가 큰 만큼 도민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일이다.

ELS와 기타 파생결합증권(DLS) 등은 은행 예금 같은 보호 장치가 전혀 없는 투자 상품이다. 발행사인 증권사나 은행이 파산하면 원리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도 있으며 그동안 원금 손실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공기관이 혈세로 리스크가 큰 투기성 상품인 ELS에 투자했다는 것이 도대체 납득이 안 간다.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이 세금 수입을 정기예금이나 원금 보장형 금융 상품에 투자해 원금 손실 위험성을 회피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강원문화재단은 2015년부터 예금을 활용해 ELS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물론 2020년까지 9억원가량의 수익을 냈다고는 하지만 공공기관이 도민 혈세 50억원을 ‘돈놀이’를 하듯 굴린 간 큰 결정에 대한 책임을 모면할 수는 없다.

거액의 혈세를 ELS에 투자한 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부터 석연찮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예금이 보장되지 않거나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가입하면서 정당한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다. 강원문화재단은 7월 모든 ELS 계약이 종료되면 강원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에 감사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는 ELS 투자 과정에서 부당한 거래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사를 하기 바란다. 필요하다면 응분의 법적 책임도 묻고 혈세 손실도 받아 내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혈세 투기를 제어할 안전장치도 보완해야 한다. 더는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의 방만 재정으로 도민 세금이 줄줄 새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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