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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지역문화원 미래,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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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식 동해문화원장

조선시대 최고의 독서가인 다산 정약용 기념관 비문에는 “동트기 전에 일어나라. 기록하기를 좋아하라. 쉬지 말고 기록하라.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기록하라. 기억은 흐려지고 생각은 사라진다. 머리를 믿지 말고 손을 믿어라”라고 적힌 다산의 글이 있다. 이는 메모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바탕으로 500여권의 저서를 남긴 다산이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지역 기록문화 유산 연구와 기록화 사업, 사회교육의 중심에는 늘 지역문화원이 존재했다. 우리나라는 전국 232개 문화원이 어두운 데서 빛을 내는 구슬인 야명주처럼 지역문화를 밝혀주고 있다.

지리적 개념보다 역사성과 공동체성을 토대로 성장한 문화가 지역문화다. 그 중심에서 지역학과 기록문화, 사회교육의 요람으로 성장해 온 60년 지역문화원의 가치와 사회적 성과는 글로컬 시대 경쟁력인 ‘K-컬처’의 뿌리가 됐다.

현재 문화원이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들은 대부분 아날로그 자료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 년 전부터 춘천문화원을 비롯해 서울 성북문화원, 경기 이천문화원 등이 독자적으로 지역학 디지털아카이브를 진행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아카이브는 많은 기록물 중 가치가 있는 것을 선별해 체계적으로 보관하는 일이다. 식별번호, 생산 일자, 생산자 등 상세정보를 담고 메타데이터 기록의 목록을 작성해 검색 가능한 디지털로 구축하면 디지털아카이브가 된다. 즉, 지역학 디지털아카이브는 흩어진 K-컬처의 뿌리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시작 단계인 지역학 아카이브 추진에는 활용성·확장성을 중심에 두고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첫째 쓸모 있는 데이터를 위해 반드시 정부 아카이브 기관 표준에 의한 자료를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목록 작성이 필요하다. 둘째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접근 방식을 확정하고 셋째 포털이나 이웃 아카이브와 연계 체계와 연계 방식을 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계별 종합 추진계획 수립과 조직 구성원의 아카이브 개념의 정확한 이해 등도 필요하다.

지역학의 체계적인 아카이브와 아카이빙의 중요성은 현장 경험을 통해 다수 발견되고 있다. 동해문화원의 경우 ‘동해학아카이브’ 사업을 통해 동해학기록센터와 동해역사문화연구회 중심으로 연구원 1명을 채용, 목록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체계적인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묵호항 개항 연도를 바로잡은 일이다. 묵호항은 기존 알려진 1941년보다 4년 전인 1937년에 지정 항으로 고시됐다는 조선총독부 고시 제733호 문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 다음은 윤종대 회장의 일제강점기 토지 수탈 목적의 동해지명 왜곡 사례의 조사, 홍순성 전 동해문화원장이 기증한 고문서 목록작업에서 발견한 송자대전 간소 기록 발견이다. 이 기록을 통해 송자대전이 전국적인 교류로 완성된 문집임이 밝혀졌다. 또 자료 부족으로 진척이 없던 ‘화양·소제 고적 보존회’의 창립 시기, 조직 운영 등을 알 수 있게 됐다.

문화원은 지역문화를 관리하는 원천이다. 디지털아카이브 등을 통해 소멸 위기에 있는 지역문화를 잘 보존·활용하는 것이 문화원의 경쟁력이며 일궈내고 추진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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