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인사(人事)와 지방 소멸

공공기관은 주로 해가 바뀔 때 인사(人事)를 단행해 새로운 한 해를 연다. 대기업들도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임원진 인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새 출발 한다. 규모 있는 기업들이 주인인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경영권 신임을 받고 전열을 가다듬는 주주총회가 줄줄이 개최되는 시즌이다. 경영진들은 위임받은 권한으로 노력한 성적표를 들고 주주들의 결정을 기다린다. 대주주 등의 마음을 얻기 위한 물밑 작업도 극에 달하는 철이다. ▼얼마 전 퇴임한 금융계 인사가 짤막한 소회를 밝혔다. 전국 단위 조직에 최상위권 입사 성적으로 서울에 있는 중앙 핵심부서에 배치돼 정신없이 초년 시절을 보내다 문득 바깥 세상이 궁금해 지방 근무를 자처했다. 선배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어렵사리 통상 업무에서 조금 벗어나 조직의 진짜 존재 이유를 알 수 있는 지방에서 즐겁게 뛰었단다. 인사철 땐 서울 핵심부서로 복귀하라는 선배들의 권유와 협박(?)이 있었지만 그냥 현장이 좋아 하루하루가 보람찼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중앙 조직으로 복귀를 타진했을 때 자신이 갈 만한 자리가 없었다. 그가 핵심부서를 나선 이유 중 하나가 의전(儀典)이란다. 본연의 업무보다 격식 차리기, 모시기, 눈치 보기, 챙기기에 많은 시간을 뺏겼다. 거대한 조직의 일개 소모품에 그친다는 생각에 이르자 지방 근무를 자청했다. 평생 지방 근무를 했지만 후회는 없단다. ▼공무원 ‘11년 내 9급에서 4, 5급까지 승진’안이 세간에 회자됐다. 공직자들은 ‘꿈’으로 받아들인다. 꿈은 이뤄진다지만 ‘희망 고문’에 가깝다. 공공과 민간 영역을 막론하고 인사 시스템이 지방 소멸을 가속시킨다. ‘서울, 중앙조직, 본사’ 타령에 젊은이들은 떠나고 모세혈관인 지방은 점차 소멸 중이다. 중앙과 지방의 원활한 인사 교류와 정기적인 순환이 소멸을 늦출 수 있다. 지방 근무자들에 대한 인사 우대를 정책화해야 한다. 혁신도시 지방 이전이 하드웨어라면 이에 버금가는 소프트웨어로 지방 근무자 인사 우대를 사회 전 분야에 도입해 지방 소멸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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