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춘천 민주화운동 사랑방, ‘춘천서림’ 다시 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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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서점인 '춘천서림'이 지난 9일 춘천시 효자동에서 개업했다. 이 책방은 1980~1990년대 강원대 후문에서 사회과학 도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면서 당시 운동권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춘천서림'의 이름을 이었다. 신세희기자

춘천지역 민주화 운동 인사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춘천서림’이 지난 9일 다시 문을 열었다. 1996년 폐업이후 28년 만이다.

대학가에서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1982년 팔호광장과 강원대 후문 사이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춘천서림은 당시에는 드문 사회과학서적 전문서점으로 지역에서는 상당히 유명세를 탄 공간이었다. 특히 강원대를 비롯한 인근 대학의 학생들과 운동권 학생, 지역의 재야인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만남과 회합의 장소로도 애용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빈번하게 이어졌고, 1대 대표인 하광윤 강원민주재단 상임이사는 물론 이를 이어 받은 고 나환목 대표 역시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혀 감시를 받기도 했다. 결국 여러 부침을 겪던 끝에 춘천서림은 1996년 폐업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2012년에 이르러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춘천서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결성,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다리가 편치않았던 고(故) 나목환 대표의 장애인용 차량을 구입해 선물하면서 다시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인문·사회과학 서점인 '춘천서림'이 지난 9일 춘천시 효자동에서 개업했다. 이 책방은 1980~1990년대 강원대 후문에서 사회과학 도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면서 당시 운동권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춘천서림'의 이름을 이었다. 신세희기자

이번에 재개점하게 된 것은 춘천 광장서적에서 20여년간 일했던 류재량 전 광장서적 부사장이 하 상임이사에게 춘천서림의 명맥을 이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부터다. 하 상임이사는 이러한 요청을 듣고 망설임없이 허락했다고 한다. 하 상임이사는 “춘천서림이 갖고 있는 함의가 있다. 제가 시작했다고 해서 제 소유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동시대를 거쳐 온 사람들의 공공의 자산이라는 생각에 흔쾌히 이름을 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새롭게 문을 연 춘천서림 역시 인문사회과학 독립서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 5,000여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춘천시민 중 누구라도 자신의 서재를 전시해 공유할 수 있는 ‘시민의 서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류재량 대표는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인문정신은 유효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서점의 문을 열게 됐다”며 “세미나실 등을 활용해 독서모임들을 서로 연결시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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