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환자 뒷전인 ‘醫·政’ 갈등,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서울대 의대 교수들 집단사직서 제출
동맹휴학 강원지역 의대생들 집단유급 현실화
정부와 의사단체, 당장 대화부터 시작해야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의사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오는 18일 집단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가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을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자 마지노선을 정해 ‘역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나머지 ‘빅5 병원’ 교수들과도 연대하겠다고 밝혀 의정(醫政) 갈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다음 주 의료대란 양상이 최악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동맹휴학에 돌입한 강원지역 의대생들의 ‘집단유급’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내 각 대학들은 의대생들의 집단휴학 신청과 수업 거부 움직임에 대해 개강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들의 유급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개강을 미루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와 의사들은 당장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환자를 볼모로 벌이는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을 여기서 그쳐야 한다. 의사의 힘은 보살핌을 받는 환자에게서 오며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어떤 행동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전공의 이탈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료 인력들의 피로가 한계를 맞은 지 오래다. 정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환자 곁에서 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즉, 정부 정책에 비판할 부분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당연히 가져야 할 태도다.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집단행동이 목적한 바를 이룬 사례가 세계 역사 어디에 있는지 현장을 떠난 의사들은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의사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업무복귀명령을 전달하려고 공무원들이 전공의들의 집으로 일일이 찾아가기도 했다. 대한민국 어떤 직역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이런 공을 들인 적이 있나. 국민의 생명을 지켜 달라는 절절한 호소나 다름없다. 의사들은 자신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면 환자들이 큰 고통을 겪으며 불안해하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임산부가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해 유산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의료 파행도 날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투석 치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응급수술이 지연돼 사망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수술, 치료 일정이 줄줄이 미뤄지는 상황에 환자와 가족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알고도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의사로서 윤리와 도덕성을 깡그리 내팽개치는 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까지 하면서 집단투쟁을 벌이는 것은 노조의 불법 파업보다 훨씬 중대한 문제다. ‘의대 증원 백지화’만 내세우며 외곬로 치닫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국민의 원성을 제대로 들어야 한다. 의사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환자들을 팽개친 이들의 제 몫 챙기기’라는 비난이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비과학적 수요조사 반대’라는 주장을 압도하고 있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