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속 강원도]아버지와 아들, 대관령 고갯길 동행하며 나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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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 이순원의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작품
따뜻한 감동·긴 여운 이어져

강릉 출신 소설가 이순원의 장편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출판계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로 꼽히는 작품이다. 필자가 이 코너를 위해 새롭게 읽은 소설은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 수록을 계기로 새롭게 나온 2011년 담쟁이 문고(실천문학사의 청소년문학선) 출간본이다. 설명에 따르면 1996년 작품이 아버지를 주요 대상층으로 했다면, 이때(2011년) 출간된 소설은 아들로 그 무게중심을 옮겨왔다고 한다. 이미 2002년과 2005년에 개정판, 재개정판이 나온 바 있고, 2016년에도 또다시 양장 개정판이 나왔으니 오랜시간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임에는 틀림 없어 보인다. 소설은 이순원의 아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함께 대관령 고갯길을 넘으며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것이다. 그래서 소설의 내용은 ‘작가의 말’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순원은 역사가 서린 길을 걸으며, 어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되는 동안 잃어버린 것 그리고 얻은 것,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가지 마음을 아들에게 털어놓았고 아들 역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궁금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대관령 아래 할아버지 집으로 걸어 내려왔다고 적고 있다. 소설을 읽을수록 이순원이 오롯이 느껴진 이유가 여기 있다.

화자(話者)인 나는 상우, 상빈(무적) 두 아들을 둔 아버지다. 최근 펴낸 책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다. 어린 시절 내 맘 안에 남아 있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에는 부모님이 불편하게 느낄수 있는 집안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늘 어렵기만 한 아버지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할 얘기가 있고 아이들도 보고 싶으니 토요일에 집에 내려오라는 것이다. 나는 둘째 상빈과 아내를 차로 보내고 큰아들인 상우와 함께 대관령을 걸어서 산 아래 아버지의 집까지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너 걸을 수 있지?”, “예. 걸을 수 있어요. 그래서 신발 끈도 아까 자동차 안에서 다시 맸는걸요.” 상우도 흔쾌히 아빠의 말을 따른다. 여기서 잠깐. 1997년 신 TV문학관을 통해 방영된 동명의 단막극에서는 상우 역을 맡은 아역배우가 엄청나게 투덜거리는 모습으로 나온다. 이렇게 시작된 아들과의 동행. 그것은 서른일곱 굽이를 돌며 시나브로 흐르고 또 흐른다. 한 굽이를 돌며 할아버지 댁이 어딘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섯 굽이를 돌며 아들에게서 정말 대관령이 아흔아홉 굽이가 맞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여덟 굽이를 돌며 나는 아들에게 글을 쓸 때의 마음,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넷, 열다섯 굽이를 돌면서는 족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집안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삶이 계속되면서 잃어버리는 것들 그리고 우정에 대해서 말한다. 이처럼 굽이를 돌 때마다 더해지고 켜켜이 쌓여가는 부자의 대화는 깊어지고, 넓어지고, 따뜻해지고, 사랑스러워진다.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도 감동과 긴 여운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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