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묏자리 쟁탈전이 던지는 물음…‘뭣이 중헌디?’

[리뷰]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묘전:무덤전쟁’
제33회 대한민국 신춘문예 페스티벌 무대 올라

◇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묘전:무덤전쟁’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제33회 대한민국 신춘문예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사진=(사)한국연출가협회 제공

죽음 그 이후의 삶에 우리는 왜 집착하는 걸까? ‘묘전:무덤전쟁’이 질문을 던졌다.

강원일보 2024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묘전:무덤전쟁’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제33회 대한민국 신춘문예 페스티벌 공식 참가작으로 무대에 오른 작품은 박근형 연출가의 연출을 거쳐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연극의 막이 걷히는 순간 묏자리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세 할머니의 이야기가 활자 속에서 걸어 나왔다. 일부다처제가 암묵적으로 허용되던 시대, 각자의 서러움을 삼키며 살아온 정심‧귀순‧덕이 할머니는 죽은 남편의 옆에 묻히는 것으로 지난 세월의 한을 씻고자 했다. 유쾌하고도 억척스럽게, 때로는 애잔하게 세 할머니의 인생을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는 독자들의 머릿속에서 존재하던 인물들에 숨을 불어넣었다.

◇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묘전:무덤전쟁’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제33회 대한민국 신춘문예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사진=(사)한국연출가협회 제공

극은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지만, 세 할머니의 얼굴에 스쳐 가는 찰나의 그늘마저 막지는 못했다. 고난과 인내의 세월을 버티며 억눌렸던 마음들은 묏자리라는 실체 없는 가치 앞에서 허망하게 폭발했다. 묏자리를 놓고 벌이는 산 자들의 싸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죽고 나면 땅에 묻혀 썩을지, 가루가 되어 뿌려질지 알 수나 있냐’는 아들의 물음에 할 말을 잃지만, 그럼에도 묏자리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다.

◇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묘전:무덤전쟁’이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제33회 대한민국 신춘문예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사진=(사)한국연출가협회 제공

극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묏자리 쟁탈전을 비추며 막을 내렸고, 공연 내내 끊이지 않았던 웃음 끝에는 씁쓸함이 어렸다. 값비싼 장례용품과 줄지어 늘어선 화환, ‘로열층’이 매겨진 납골당까지…지나온 삶 속 열망을 죽음 이후에라도 이루고자 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일까? 죽은 자와 산 자의 열망은 무대 밖 세상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찌른다. 묏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할머니들의, 할머니들에 의한, 할머니들을 위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묘전:무덤전쟁’은 오는 10월 강원지역 예술인들의 손을 거쳐 춘천연극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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