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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하냐고 그녀가 묻고, 그립다고 그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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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실시선 076' 이능표 시인 ‘사랑하냐고 묻고 그립다고 대답했다’

이능표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사랑하냐고 묻고 그립다고 대답했다’가 달아실 시선 76번으로 나왔다.

이 시인은 죽음을 애도한다. 그를 따라 우리는 어떤 이의 죽음이든 떠나간 자를 위해 눈물 흘리고, 남은 자들을 위로한다. 그의 시는 사랑의 냄새가 낫다가, 죽음의 향으로 귀결된다. 그렇다고 해서 슬픔으로 가득 찬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긍정적이며, 따뜻하다. 아름답기까지 한 그의 시는 한 편의 노래와도 같다.

그의 시 ‘춘천 가는 길’은 생(生)과 사(死)를 함께한다. 화자는 도로 위 장의차를 보고 자연히 속도를 줄이고, 한 생을 산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어 들에 핀 꽃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들꽃에 대한 그 어떠한 정보도 없지만 한 생이 피어남에 고개를 숙인다. 죽은 이에게 경의를, 태어남에 고개를 숙이는 화자의 모습이 어딘가 낯설다. 이 시인이 만들어 낸 시(詩)를 음미함으로써 더욱 풍부해지는 문체의 표현에 절로 박수가 터진다. 한 편의 드라마 같기도, 그리고 또 한 편의 영화 같기도 한 그의 시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특히 ‘사랑하냐고 묻고, 그립다고 대답했다’는 새벽 두 시의 끝난 그와 그녀의 통화를 왔다가 가는 송어떼의 모습에 비유했다. 강물을 따라 지나간 송어 떼들이 다시 오지 않음을 알고 있는 그녀는 울음을 터뜨린다. 그 모습을 통해 화자는 우리에게 지나간 사랑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강물이 강물을 밀어내듯 그와 그녀는 서로 다른 시간에서 사랑을 나눈다. 그래서 그녀는 계속 사랑을 묻고, 그는 그립다고 답할 뿐이다. 박제영 달아실 편집장은 “요즘 시집은 재미없고, 감동이 없다고 말한다. 이 시집은 그 둘 모두를 반하는 것이니, 시 읽기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원하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하다”고 전했다. 달아실 刊, 128쪽,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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