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팔도핫플레이스] 비경이 숨어 있는 창녕 명승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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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비리의 죽림쉼터. 사진=창녕군 제공

전국 최초 온천도시, 경남 창녕에는 전국 최고의 수온 78℃를 자랑하는 부곡온천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진달래와 황금빛 억새로 유명한 100대 명산 화왕산, 1억4,000만년 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까지 잘 알려진 관광지가 즐비하다. 국보와 보물 등 113점의 다양한 국가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전부터 경남의 경주, 제2의 경주로도 불려 왔다.

여기에 창녕 남지 개비리와 관룡산 관룡사 일원이 각각 2021년, 2023년에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으로 지정됐다. 명승은 지역적 명소로 빼어나게 수려한 자연 경관적 가치와 역사·문화적 가치를 겸비한 곳에 대해 문화재청에서 3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지정한다.

창녕 남지 개비리 전경. 사진=창녕군 제공

■창녕 남지 개비리= 창녕 남지 개비리는 용산리와 신전리 영아지마을을 잇는 2.7㎞의 낙동강변 벼랑길로 2021년 12월 8일 창녕에서는 처음으로 국가지정유산 명승으로 지정됐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이 좁은 길은 낙동강이 그려주는 눈부신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시골 여행길로 수십 미터 절벽 위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다. 개비리라는 명칭에는 두 가지 유래가 전해진다. 먼저 ‘개’는 강가를, ‘비리’는 벼랑을 뜻해 강가 절벽 위에 난 길이라는 뜻으로 벼랑을 따라 조성된 길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폭설에도 새끼에게 젖을 주려고 누렁이(개)가 산등을 넘어 다닌 길에 눈이 쌓이지 않은 것을 알게 된 뒤, ‘개(누렁이)가 다닌 비리(절벽)’로 사람들이 다니게 돼 ‘개비리’라는 길 이름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개비리의 영아지쉼터. 사진=창녕군 제공

개비리를 걷기 위한 출발 지점은 2곳으로 남지읍 용산리 억새전망대와 반대쪽에 위치한 남지읍 신전리 영아지주차장이다. 대부분 용산리 억새전망대를 출발 지점으로 이용하며, 이곳은 창녕, 함안, 의령 3개의 군이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지점이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승리한 기음강전투,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 최후 방어선 등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억새전망대에서 옹달샘 쉼터까지는 약 1.6㎞로 낙동강을 눈높이에서 볼 수 있다. 봄이면 수양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양수장 옆, 한 그루의 플라타너스와 정자를 지나면 봄마다 도롱뇽이 알을 낳고 번식하는 옹달샘 쉼터가 나온다. 옹달샘 쉼터에서 죽림 쉼터까지 이어지는 약 700m 구간은 좁은 벼랑에 꼬불꼬불한 오솔길이 끊어질 듯 이어져 남지 개비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손꼽힌다. 아득한 퇴적암 절벽에서 백화등, 부처손, 기린초 등 야생 식물들이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꿋꿋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생명의 경외감마저 느낀다.

창녕 남지 유채꽃 단지. 사진=창녕군 제공

죽림 쉼터는 여양진씨 묘사를 지내던 회락재(재실)가 있던 자리로 2015년 옛길 조성사업 시 대나무로 이루어진 숲을 자연 친화적으로 정비해 지금의 ‘죽림 쉼터’가 됐다. 죽림 쉼터 정자에 앉아 강바람을 맞으며 잠시 머물다 보면 시원한 대나무 숲 소리와 산새들의 노랫소리에 빠져든다. 죽림쉼터 지나 마지막 1㎞ 구간에는 야생화 쉼터와 참나무 숲길이 있고, 너럭바위에서 공룡 발자국을 찾아보는 여유도 누릴 수 있다. 창녕 남지 개비리의 끝인 영아지 주차장이 나오면 명승 구간 2.7㎞를 완주하게 된다.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때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도 좋지만 영아지 주차장에서 영아지 전망대를 통해 영아지 쉼터와 마분산 정상을 지나 창나루 전망대를 거쳐 원래의 출발 지점인 용산리 억새전망대에 도착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 구간은 약 3㎞ 정도로 산등성이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낙동강의 풍경을 선사한다. 마분산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의 ‘말 무덤이 있는 산(馬墳山)’이라 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매년 4월경에는 창녕 남지 개비리와 이어진 남지체육공원 일원에 전국 최대 규모인 110만㎡의 유채꽃단지를 조성해 창녕 낙동강유채축제를 개최하고 있어 관광객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관룡사 전경. 사진=창녕군 제공

■창녕 관룡산 관룡사= 지난해 12월 28일 국가지정유산 ‘명승’으로 지정된 창녕 관룡산 관룡사 일원(0.86㎢)은 신라시대 고찰 관룡사에 있는 많은 불교 문화유산과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관룡산의 수려한 경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관룡사는 100대 명산 화왕산(756.6m)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룡산(754m)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화왕산 옥천주차장에서 출발해 옥천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1.7㎞ 정도 오르면 소박하면서 고즈넉한 관룡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천년고찰의 명성에 걸맞게 경내에는 대웅전, 약사전, 석조여래좌상, 대웅전 관음보살 벽화 등 7점의 보물을 비롯해 많은 불교문화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모시는 건물이지만, 관룡사 대웅전은 석가모니불 양옆으로 약사여래, 아미타여래 등 삼불을 함께 모시고 있다.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 사진=창녕군제공

1965년 대웅전 보수공사 때 태종 1년(1401)에 처음 세웠다는 상량문이 발견돼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9년(1617)에 다시 세우고, 영조 25년(1749)에 세 번째로 다시 지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 보니 대웅전은 조선 전기에서 중기 이후의 건축기법을 동시에 보인다.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약사전은 임진왜란 때 불타지 않고 유일하게 남아 관룡사 경내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조선 전기 건축 양식의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어 건축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관룡사 약사전 속조여래 좌상. 사진=창녕군 제공

관룡사 석조여래좌상은 약사전에 모셔져 있으며,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불로 원래는 왼손 위에 약그릇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고즈넉한 경내를 지나 관룡사에서 500m 정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연꽃을 형상화한 대좌 위에 반야의 세계로 향하는 용이 이끄는 배라는 뜻의 ‘반야용선(般若龍船)’을 재현한 듯한 불상인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다. 이 불상은 통일신라시대 특징을 잘 갖추고 있으나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다리 사이의 부채꼴 주름이 없어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정성을 다해 소원을 빌면 한 가지 소원은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명승인 창녕 남지 개비리와 불교 문화유산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관룡사 일원을 방문한 뒤에는 대한민국 최초 온천도시 부곡온천에서 즐기는 온천욕으로 일상의 피로를 풀고 창녕 여행을 마무리한다면 진정한 힐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남신문=고비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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