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사직 전공의 "노조 결성과 파업 권한 보장된다면 다시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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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사망 포함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 막아야"
"전공의 수련 후 38개월이라는 군의관 복무기간 현실화해야"
"실무 책임자이자 망언 일삼은 복지부 차관 반드시 경질하라"

사진=연합뉴스

속보=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으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외에도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파업권 보장, 보건복지부 차관 경질 등을 내세웠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 20명에 사직 이유와 수련 환경에 대한 의견, 복귀 조건 등을 물은 인터뷰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본인이 필수의료 과목 2년차 레지던트라고 밝힌 전공의는 '복귀를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돼야 하나'라는 질문에 "수련을 하며 기소당하고 배상까지 하게 된 선배와 교수님들을 많이 봤다"며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복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른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 또한 "환자 사망을 포함해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에 대한 무분별한 소송을 막는다면 수련 현장으로 복귀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전공의들은 "전공의 노동조합 결성과 파업 권한이 보장된다면 다시 돌아가겠다", "업무개시명령으로 대표되는 (의료법상의) 전공의 강제노동조항을 없애지 않는다면 아무도 수련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대통령 사과는 어렵더라도 실무 책임자이자 망언을 일삼은 복지부 차관은 반드시 경질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 이후의 38개월이라는 군의관 복무 기간을 현실화해야 한다", "업무강도와 난이도가 높은 과목에 알맞은 대우가 필요하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들은 '수련을 포기한 이유'로는 "정권마다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고 의사가 악마화될 것 같아서", "정부와 환자가 사명감이나 희생을 강요해서", "수련 환경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아서", "필수의료 패키지가 통과되면 전문의 자격 취득이 의미 없을 것 같아서" 등을 들었다.

류옥하다 씨는 이번 인터뷰 공개에 앞서 지난 2일에는 전공의 1만2천774명과 의대생 1만8천348명에 의대 증원에 대한 의견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집단행동을 벌이는 전공의와 의대생 96%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줄이거나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66.4%(1천50명)는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93.0%·복수응답),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73.4%), '전공의 근무시간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류옥 씨는 이와 같은 인터뷰 결과를 근거로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환자를 버리고 환자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대신, 더 이상 의료체계가 불능이 되지 않도록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정부는 총선 참패를 교훈 삼아 강압적 조치가 아닌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의대 증원과 올바른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단체들을 굴복시키려는 강압적 태도로 의대 증원과 의료개혁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정부는 국정 기조를 확 바꿔야 한다"며 "이번 총선에서의 참패는 의대 증원에 찬성하지만, 진료 거부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을 고통과 불안으로 내모는 강경 조치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의 총선 참패를 두고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 강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주장은 아전인수"라며 "의사단체들은 아전인수식 해석을 중단하고 조속한 현장 복귀와 대화 참여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정부가 의료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공공의료 확대에 대한 해법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도 총선 압승에 도취할 게 아니라 21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설립법과 지역의사제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 여당과 야당, 의사단체들은 민심에 따라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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