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중동발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까지 올라서고 코스피 지수가 2% 이상 급락하며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국제유가 마저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고통스러운 보복'을 예고한 만큼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현상이 재현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0.80포인트(2.28%) 하락한 2,609.63으로 집계됐다. 지수는 전장보다 26.26포인트(0.98%) 내린 2,644.17로 출발해 낙폭을 키웠다. 장중 한때 2,601.45까지 떨어지며 2,60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 하락폭은 지난 1월17일(2.47%) 이후 3개월 만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환율은 고공행진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5.9원 오른 1,389.9원에 개장해 오전 11시31분께 1,400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대에 들어선 것은 2022년 11월7일 이후 17개월 만이다.
시장이 급박하게 돌아서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2시55분께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숨고르기에 들어간 국제유가 역시 언제라도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직접 공격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석유 시장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72%로, 전체 수입 원유의 60%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원유는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면서도 대처하기 힘든 대외요인"이라며 "기업으로서는 비용 상승, 소비자로서는 석유류 제품값 상승으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