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팔도 핫플레이스]호랑이 전설 듣다 보면 어느새 끝자락…모두를 위한 힐링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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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소 야경.
◇두타교에서 바라본 계곡의 모습.

‘동해 무릉달빛 호암소길’은 예쁜 이름 만큼이나 아름다운,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무릉계곡의 청정한 자연을 느끼며 부담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스라고 하겠다. 들머리부터 날머리까지 전체 길이가 1.82km로 부담없이 내 걸음들을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런 길이다. 특히 자연 한가운데가 아닌 한발짝 물러선 곳에서 관조(觀照)의 시선으로 자연과 함께 동행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 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길을 만나기 위해서는 우선 ‘동해무릉건강숲’부터 찾아야 한다.

◇동해무릉건강숲 전경.

■ 들머리는 ‘동해무릉건강숲’

도착장소를 ‘동해무릉건강숲’으로 정하고 길을 나선다. 동해 IC에서 삼척 방면으로 빠져나가다 다시 동해바다를 머리 뒤에 두고 ‘무릉계곡·삼화사’ 방면으로 향한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바다가 아닌 산과 계곡이니 고민없이 전진이다. 어느새 목적지 부근. 큼지막하게 무릉계곡이라고 쓰여진 현판을 이마에 달고 기왓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는 커다란 관문 등장. 그곳을 통과하면 오늘의 목적지 동해무릉건강숲에 거의 도착이다. 원래 목표로 한 동해무릉건강숲에 가려면 차를 타고 조금 더 내려가다 좌회전, 두타1교를 타고 들어가다 또 좌회전하면 닿을 수 있지만 무릉계곡 관문을 통과하자마자 우측에 나오는 주차공간에 차를 세운 뒤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동해무릉건강숲에서 별도의 숙박을 하지 않고 오롯이 이 코스를 걷는게 목적이라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횡단보도를 건너 동해무릉건강숲 입구인 청옥교를 건넌다. 밤에는 경관 조명을 설치해 멋진 풍광을 뽐내는 곳이라고 하는데 낮에 봐도 다리 위 연녹색의 장식물들이 꽤나 멋들어져 보인다. 나무데크를 깔아놓은 다리를 건너는 중간에 얼기설기 철망(?)을 덧대 놔 다리 아래 계곡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게도 해 놓았다. 쏴하며 쏟아지는 물소리가 더 실감나게 귓전을 때린다. 청옥교 끝자락 동해무릉건강숲 입장이다. 무릉계곡의 입구에 자리한 이 곳은 ‘환경성 질환 예방관리센터’라는 또다른 이름도 갖고 있는데 숙박 뿐 아니라 건강과 환경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인근에 있는 오선녀탕에서 물놀이도 무료로 즐겨 볼 수 있다.

◇용문정.

■ 힐링(healing)의 재료들이 ‘한가득’

청옥교 끄트머리에서 바로 우회전 해서 발걸음을 옮겨야 ‘무릉달빛 호암소길’에 제대로 올라 탈 수 있다. 일단 나무들로 둘러 쌓인 정자(용문정·龍門亭)를 지나쳤다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팔트 길이 이어지는데 흰색 경계를 한 녹색 바닥에 노란색 호랑이 발자국과 함께 ‘호암소 산책로’라고 쓰여져 있다. 이제 이 길만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그 녹색의 길 끝, 계단타고 열 발자국 높은 곳에 ‘무릉계곡 힐링캠프장’ 이 있다. 그 위로 올라서기만 하면 동해무릉건강숲을 벗어나 바로 ‘무릉달빛 호암소길’에 접어들게 된다. 그런데 코스가 특이하게도 캠프장을 그대로 관통한다. 길 바로 옆에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들이 쭉 늘어서 있는게 보인다. 이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조금 전 지나쳐 온 동해무릉건강숲이나 이 곳 캠프장을 베이스캠프 삼아 숙박을 하면서 주변을 천천히 즐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이 곳에서 ‘논골담길’이나 ‘추암’도 그리 멀지 않아 더 그렇다. 하얀색 철제 아치를 지나 계단을 타고 캠프장에 입성, 본격적으로 걷기에 나서 본다. 입구 바로 옆 35번 텐트 데크를 지나 나무로 촘촘히 연결된 호암소 데크로드에 오른다. 나무들이 너무 빼곡하게 서 있어 무릉계곡의 모습이 온전하게 다 나타나기 보다는 군데 군데 보이는 정도인데, 그래도 어떤까. 물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니 이 또한 만족스럽다. 사실 이곳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동해시가 새롭게 조성한 이 길이 너무 인공적이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길 양 옆으로 빼곡하게 도열한 나무들의 너무도 자연스러운(?) 자태를 눈 앞에서 만나고 나니 모든게 기우(杞憂)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스스르 풀린다.

내 기우를 증명하는 증거들은 걷는 내내 등장했다. 나무데크를 뚫고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나무들을 계속해서 조우한다. 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겠다 싶을 정도인데도 없애지 않고 그냥 내버려 뒀다. 그런데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이렇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위도 데크 위를 뚫고 나와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길을 내면서 방해가 되는 나무를 자르고 옮기거나 바위를 파내는 대신 원래의 모습 그대로를 제대한 간직하게 한 것이 또 이 길의 묘미 아닐까 싶다. 길 한가운데를 떡하니 버티고 있는 나무를 이리저리 피해 걷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고 말이다. 물소리에 취하고 솔향에 반해 계속해서 길을 걷는다. 얼마 걸었을까 싶은데 그 생각을 하던 짧은 순간, 호암소(虎巖沼) 입장이다.

◇호암소 야경.

■ 전설을 머금은 ‘호암소’

계곡 방향으로 불쑥 전망대(호암소 제1전망대)가 튀어 나온다. 이제 이 길의 주인공 ‘호암소’를 만날 차례다. 길에서 잠시 벗어나 몇 계단 아래로 내려가면 호암소의 모습을 제대로 내려다 볼 수 있다. 전망대 바닥도 나무로 꾸며 놓았는데 여기도 역시 소나무들이 나무 바닥을 뚫고 불쑥 불쑥 솟아 올라 특유의 정취를 더해준다. 팔짱을 낀 채, 난간에 몸을 한 껏 기대고 호암소를 톺아본다. 계곡 아래까지는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데 절벽과 나무 넝쿨, 바위 사이를 비집고 올라 온 소나무의 조화가 절경을 만들어 낸다. 호암소는 전체 규모로 봤을 때, 웅장함 보다는 아기자기한 어울림이 일품인 그런 곳이다. 무릉계곡의 첫 관문이자 소무릉계라 불릴만 하다. ‘우와~’ 크고 작은 탄성들이 곳곳에서 흐른다. 한동안 삼매경(三昧境)이 이어진다. 이렇게 겉모습을 보고 나니 호암소가 품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쯤에서 호암소의 전설을 알아보자. 옛날 옛적 도술에 능한 고승이 있었는데 이곳을 지나치던 중 그만 호랑이와 맞닥뜨렸다고 한다. 그 호랑이는 고승을 해치려고 했는데, 신통력을 발휘해 소(沼)를 가뿐하게 건넜다. 그 모습을 본 호랑이도 고승을 쫓아 절벽과 절벽 사이를 뛰어 넘으려고 했지만 그만 소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이 전설을 증명이라도 해주 듯 호암소 절벽에는 삼척부사를 지낸 미수 허목(1595~1682)의 글씨로 알려진 ‘호암(虎巖)’이라는 암각서가 새겨져 있다.

◇두타교의 야경.

자리를 털고 일어나 첫 번째 숲 길을 벗어난다. 숲길에서 나오자 마자 오른쪽으로 다리(두타교), 왼쪽으로 널찍한 주차장(무릉계곡 제2주차장)이 나타나는데 호암소의 또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다리 한가운데서 풍경을 내려다 볼 것을 추천한다. 양 옆으로 펼쳐진 계곡의 모습을 보며 물길을 따라 고개를 들어 올리면 철산의 끝자락으로 연결되는 풍경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아예 다리를 건너고 우회전 해 차도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또다른 전망대(호암소 제2전망대)에서의 호암소 조망도 괜찮다. 이 전망대를 떠나 차도를 왼쪽, 계곡을 오른쪽에 끼고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들머리로 삼았던 청옥교가 나오고 짧은 트레킹을 마칠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코스의 정식 날머리는 ‘무릉 계곡 제1주차장’이니 발걸음을 다시 첫 번째 숲 길 출구쪽(두타교 옆)으로 향한다. 출구 길 건너 맞은 편 또다른 숲길을 지나야 하는데 그 숲길은 무릉계곡 제2 힐링캠프장을 지나친다. 이제 무릉달빛 호암소길의 마지막 코스에 들어선 것이다. 사람들의 북적임이 사라지고 바위를 치는 물소리, 나뭇잎에 부대끼는 바람소리가 청아하게 울려퍼진다. ‘쏴~’ 물소리가 거세진다 싶더니 이내 호암폭포가 눈 안에 들어온다. 마치 발이 묶인 것 처럼 하릴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본다. ‘물 멍(?)’ 실천 중이다. 호암폭포 위쪽으로 호암교가 보인다. 마치 바위가 공중부양하고 있는 모습이다. 저기만 건너면 이번 걷기여행은 매조지 된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느새 걷기 내내 동행하던 나무데크는 사라지고 울퉁불퉁 비포장 길이 나온다. 울창한 숲길 속 바위로 만들어 놓은 계단을 통해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겨본다. 이윽고 나타난 호암교. 호암교는 특이하게도 다리의 양 옆을 주변 암반지형을 형상화 해 꾸몄다고 하는데, 다리 중앙은 유리를 통해 계곡 아래를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또다른 물 멍. 그리고 몇 발자국 더 옮겨본다. 사람들의 북적임이 스멀 스멀 몰려온다. 바로 코 앞에 보이는 주차장이 도착지점이다. “삼화사도 한번 가볼까요?” 너무 가벼운 산책이었을까. 일행 중 한 명이 또 다른 걷기를 제안한다. 대답은? 너나 할 것 없이 ‘오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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