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속 강원도](68)만물의 앎에는 참으로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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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출신 소설가 이경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SF 작가다. 2022년 한국 최초의 SF 소설 ‘완전사회’의 작가, 문윤성(철원출신)을 기리는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가작을 받으며 데뷔했다. 당시 수상작은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로 상당히 길다. 소설을 읽어보면 어디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엉뚱하고 또 새롭다. 서울대 국문과를 나온 그가 ‘신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점을 단서로 나름의 해석을 해보려고 해도 ‘새로운 시도’ 정도의 유사성만 겨우 끄집어 낼 수 있을 정도다. 이상한 건 그래도 그의 상상력은 상당히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문단에 나선지 불과 1년여 만(2023년 9월)에 상재한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도 온통 SF 소설로 가득한 소설집이다. 이 가운데 ‘만물의 앎에는 참으로 끝이 없다’라는 다소 철학적인 제목의 작품이 바로 강원도를 배경으로 한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소설은 “빠르게 인류세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말로 시작된다. 여기서 인류세(Anthropocene)는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에서 인류의 활동이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시기를 일컫는 용어다. 배경이 되는 곳은 강원도에 있는 가상의 장소 애일리. 그 중에서도 ‘카페 한가’가 무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강원도내에서 유이(唯二)하다는 고성군에 소재한 ‘지구가 망해도 커피는 마셔야지’라는 상호의 카페에서 해안선을 따라 136km 남하하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지도를 펼치고 거리를 재보니, 카페의 위치는 대략 삼척 어디쯤 아닐까 싶다. 아무튼 강원도에서 카페라고는 딱 2개 남은 미래가 배경이다. 기후변화 등으로 무언가 살짝 잘못된, 우편으로 소통해야 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적 미래사회다. 주인공은 구금산이라는 로봇이다. 한국무형문화연구소의 현장조사 기록 보조 연구원으로, 매화만신의 제자이기도 하다. 이런 구금산이 카페 한가를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가 만나게 되는 IM-901은 카페 한가의 바리스타로, 30년 동안 카페를 지켜온 로봇 터줏대감이자 구금산의 친구다. 또다른 등장인물인 옥순 할매는 애일리 마을의 이장으로 카페 한가의 단골 손님이다. 그는 커피를 사랑하며, 카페 한가의 매실 향기를 즐기는 인물이다. 구금산은 10년 만에 돌아와 카페 한가에서 천도굿을 준비하게 되고, 옥순 할매와 IM-901을 통해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소설은 인류세의 변화와 쇠퇴, 그리고 자연환경의 변화 속에서 인간과 로봇, 문화와 전통이 어떻게 지속성을 유지하고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만물의 앎에는 참으로 끝이 없었다’는 소설 끄트머리, 구금산의 독백은 아마도 로봇인 그가 깨달았을 변화된 삶에서의 소통과 이해, 적응의 무한함에 대한 작은 탄식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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