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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진정한 승자'는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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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에도 러시아에 미사일을 공급하면서 전쟁의 '진정한 승자'가 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와 주목된다.

북한은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석유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할 뿐만 아니라 최신 무기를 실전에 사용하고 다른 국가로도 수출할 기회를 얻었다는 측면에서 향후 중국·러시아·이란 등 미국의 대척점에 선 국가를 상대로 주요 미사일 공급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5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북한제 미사일을 분석한 결과에서 북한이 제재를 회피해 미국·유럽산 부품을 불법적으로 조달하고 몇개월 만에 미사일을 만들어 최전선의 러시아군에 보내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는 지난 1월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시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를 분석한 결과 북한의 화성-11형 탄도미사일이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다연장 로켓을 발사하는 모습[타스=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발표된 분석 결과와 뒤이어 보도된 상세 보고서 내용 가운데 전문가들을 경악하게 한 것은 미사일 내 전자부품 대부분이 최근 수년 이내에 미국과 유럽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는 점이다. 부품 가운데에는 지난해 3월 제조된 미국 반도체도 포함돼 있었다.

미사일 잔해에서는 또한 북한의 연도 표기 방식으로 2023년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 '112'라는 숫자도 발견됐다.

BBC는 "이는 북한이 불법적으로 조달한 핵심 부품을 국내로 몰래 들여와 미사일을 조립하고, 이를 러시아로 비밀리에 운송하며, 해당 미사일이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로 쏘아지기까지 모든 과정이 불과 몇 달 만에 이뤄졌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또 "김정은이 핵전쟁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최근 돌고 있지만, 더 즉각적인 위협은 현재의 전쟁에 기름을 끼얹고 세계의 불안을 키우는 북한의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오랜 기간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아온 북한이 이를 손쉽게 회피해 최신 부품을 손에 넣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북한은 2006년부터 탄도미사일 생산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를 받아왔다.

데이미언 스플리터스 CAR 부소장은 "거의 20년 동안 혹독한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여전히 무기 제조에 필요한 모든 것을 대단한 속도로 손에 넣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6개 지역에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 11형' 50발 정도를 발사했다고 우크라이나 언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우크라이나 언론매체 '뉴 보이스 오브 우크라이나'(NV)와 인테르팍스-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필차코우 하르키우주 검사장은 이날 러시아가 개전 이후 대략 50차례에 걸쳐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화성 11형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2024.3.15. 연합뉴스.

스플리터스 부소장은 경험상 북한이 홍콩이나 중앙아시아 국가에 유령회사를 세워 이를 통해 무기 부품을 조달하고 중국과의 국경을 거쳐 북한으로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북한 전문가 조지프 번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탄도 미사일이 유럽 땅에서 사람을 죽이는 데에 사용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들 포탄과 로켓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것들"이라며 "우리는 유엔의 대북 제재가 무너져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1월에 발견된 북한제 미사일의 성능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은 옛 소련 스타일 무기를 1980년대부터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에 수출해왔지만 그간 정확도 등 성능이 뒤떨어진다는 평을 받아왔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북한 무기·비확산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이번에 수거된 북한제 미사일이 러시아제보다 성능이 크게 나쁘지 않아 보이며, 무엇보다 매우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 28일 러시아 모스크바 포클로나야 언덕에서 '러시아군의 트로피' 전시회를 준비하는 러시아 군인이 경비를 서고 있다. 2024.05.05. 연합뉴스.

위성사진으로 북한의 미사일 생산공장 현황을 추적해온 그는 북한이 1년에 미사일 수백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자국산 무기를 공급하는 대가로 석유와 식량을 제공받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거래는 북한의 경제는 물론 군사력도 증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미사일 원료나 전투기 등 군사 장비를 제공받을 수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 핵무기 진전을 위한 기술을 지원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번 연구원은 "여기서 진정한 승자는 북한"이라며 "그들은 중요한 방식으로 러시아를 도왔고 이는 큰 영향력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한 자국의 최신 미사일을 실전에서 시험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 실전 시험 데이터를 활용해 미사일 성능도 더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전쟁이 북한에 다른 나라로 무기를 수출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루이스 박사는 북한이 이 무기들을 대량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나라에 팔고 싶어 할 것이라고 봤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또한 러시아가 북한제 무기를 잘 활용하고 있는 데다 다른 국가들에 대북 제재를 어겨도 괜찮다는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북한이 중국·러시아·이란 등 미국과 반목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주요 미사일 공급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이런 행보를 차단할 수 있을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스플리터스 CAR 부소장은 이번에 "북한이 얼마나 해외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며 제조사들과 협력해 주요 부품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루이스 박사는 북한이 제재를 회피해 무기 부품을 조달하는 것을 "더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고 비용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만드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 북한을 봉쇄하려는 서방의 시도가 궁극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북한에서 미사일이 위신과 정치력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돈까지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의 BM-27 우라간 다연장 로켓포[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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