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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강릉에 국립문화재연구소 설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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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섭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사회문화위원회 부위원장

봄이 깊어지면서 강릉은 낭만과 설렘 가득한 도시로 깨어난다.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는 이때 하루 24시간 강릉이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간절함이 배어 있기도 하다. 봄철에 강릉과 양양 사이에 부는 ‘양강지풍’ 때문이다. 강릉은 매년 양강지풍으로 많은 피해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경포 일대가 ‘양강지풍’을 타고 발생한 대형산불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되는 피해를 겪었다. 당시 강릉의 상징인 ‘경포대’는 누정 바로 앞까지 불길이 다다른 가운데 공무원들이 물을 뿌리고 수많은 현판을 떼어 오죽헌시립박물관으로 긴급 이송하는 대처를 통해 누정과 현판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유형문화재인 ‘방해정’(放海亭)은 일부가 소실되고, ‘상영정’(觴詠亭)은 끝내 전소돼 흔적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강릉을 중심으로 한 영동지역의 자연 재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봄철 대형산불 외에도 집중호우와 태풍, 폭설 등의 재해로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속절없이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후변화로 재난이 빈번해지면서 문화재 보존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문화재 보호와 보전을 전문으로 다루는 국가 기관으로 ‘국립문화재연구원’이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우리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호하는 역할과 더불어 문화재 훼손 시 원형을 복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에 전국에 산재한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990년 경주와 부여, 창원을 시작으로 서울·경기권, 충청남도, 충청북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지역을 관할하는 7개의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를 두고 있다. 그런데 자연 재난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이 심각한 강원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설치되지 않았다.

강릉시는 지난해 9월 문화재청 주최 ‘지자체 국가유산 담당 공무원 워크숍’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립예맥문화재연구소’ 설치가 시급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2022년 11월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가 추진한 ‘중장기 운영 마스터플랜 수립 연구’에서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설치되지 않은 강원과 제주에 국립문화재연구소 설치가 시급하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강릉은 강원자치도 전체 문화재 중 20% 가까운 문화재가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자연재해로 인한 훼손 위험도 가장 높다. 이에 도의 문화유산을 관리하게 될 일명 ‘국립예맥문화재연구소’의 강릉 설치는 도민 모두 대승적 차원에서 함께 성원할 필요가 있다. 강릉은 지난해 5월 문화재청의 ‘2024년 역사문화권 정비육성 선도사업’ 공모에서 도내에서 유일하게 선정되었기에 앞으로 진행할 역사문화권 정비사업에 있어 ‘국립예맥문화재연구소’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릉을 시작으로 춘천과 원주까지 사업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달 시행을 앞둔 ‘국가유산기본법’은 문화유산 관리에 있어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60년간 사용해 왔던 ‘문화재’란 명칭이 ‘국가유산’으로 변경되는 동시에 분류체계가 문화유산, 무형유산, 자연유산으로 세분화되어 유네스코 기준에 부합하는 관리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 같은 변화 시점에 발맞춰 강릉에 ‘국립예맥문화재연구소’의 조속한 설립을 도민 모두가 한뜻으로 성원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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