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의 껍질을 본 적이 있어. 아주 가까이 눈을 들이대고 말이야. 겹겹이 갈라진 틈 사이로 나무가 자라고 있었어. 작은 틈은 마치 거대한 협곡과 바위 같았지.”
춘천에서 활동 중인 조미자 작가가 그림책 ‘크랙’을 펴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어른이 되는 시간. 작가는 단단한 껍질을 터뜨리며 자라는 나무의 모습에서 성장의 고통을 떠올렸다. 불안과 걱정으로 점철된 울음의 시간. 나의 존재가 거대한 절벽 아래 보이지도 않을 점과 같이 느껴지는 시간, 삶은 절벽 사이 동굴로 숨어버렸다.

작품의 중반, 거친 나무껍질처럼 투박하게 뻗어나가는 선과 검은 색채로 가득 찼던 작품에 별빛이 비친다. 숨어든 절벽 사이 동굴 틈에서 바라본 하늘. 쏟아지는 별빛이 삶의 고통을 위로한다. 그제야 뒤돌아 본 지난 세월, 껍질을 터트리며 솟아 나는 나무처럼 우리의 삶도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생애 내내 계속되는 어른이 되는 시간. 조미자 작가는 성장의 문턱에 선 이들이 삶의 소중함을 잊지 않길 바라며 작품을 완성했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전달하면서도 결코 메시지를 잃지 않는 조 작가. 누구나 품어봤을 내면의 불안감을 소재로한 작품은 성장을 앞둔 이들에게는 용기를, 성장을 거쳐온 이들에게는 위로를 건넨다.

조미자 작가는 “한 번쯤 이야기하고 싶었던 아이의 시간으로 그림책을 만들었다”며 “자신의 자리에 뿌리를 내린 후, 껍질을 터트리며 자라 가기 시작하는 나무의 삶처럼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크랙’ 그림책 안에 담았다”고 전했다. 이어 “삶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그 시간의 시작, 갈라지는 아픔으로 쓰러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핑거 刊. 52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