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월의 어느 변두리, 집도 몇 채 되지 않는 빈촌에서 백중기 작가가 태어났다. 작은 집에서 바라다 본 거대한 세상은 그에게 전부였다.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등 많은 세월을 흘려 보내오며 그는 자신만의 시선에서 영월을 담아냈다. 그런 그가 28년간의 화업 중 처음으로 자신의 고향인 영월에서 전시를 펼친다.

오는 7일부터 갤러리 쁘띠팔레영월에서 진행되는 ‘고향 들녘의 풍경소리’ 전시는 영월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작가의 작품이 관객을 반길 예정이다. 영월 주변의 산천에서 영감을 얻은 풍경은 우리를 그 당시의 시간으로 데려가 준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가 절로 떠오른다. 아름다웠던 고향의 순간이 결코 꿈인들 잊힐리 없음을 일깨워 주기까지 한다. 그의 작품 ‘저녁눈’은 띄엄띄엄 집들이 놓이고, 펑펑 눈이 휘날리던 당시의 상황을 그려냈다. 가만히 들여다 본 그의 그림 속에는 가로등 불빛과 달빛에만 의지한 채 하염없이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사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독특한 그만의 기법으로 담아냈다는 것이다. 그는 아크릴 물감을 붓과 손으로 찍어 만든 마티에르 기법을 사용해 독특한 입체감을 선보이면서도 과감한 원색을 통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벚꽃 피는 날’을 비롯해 ‘바람 언덕에 노을 지다’, ‘달맞이 피는 밤’, ‘별 헤는 밤’ 등의 작품은 강렬한 원색의 색감을 사용하며 백중기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백중기 작가는 “영월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영월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나, 정작 이곳에서 개인 전시를 치르기는 처음”이라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뒷산 들녘에 우는 풍경소리는 내가 태어났던 날의 달빛 아래 그 바람이다. 나는 늘 이곳에 머물렀을 뿐, 머무르기에 무한한 이 길의 여정은 정겹고 복되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