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 년간 ‘쉼’과 ‘명상’을 화두로 작품 활동을 펼쳐 온 박진흥(박수근미술관 명예관장) 작가가 6일부터 서울 성북동 갤러리 반디트라소에서 개인전을 선보인다. ‘광기 光記: 드리워지다(Archice of the Light:cast)’를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는 양구출신 국민화가 박수근 화백의 손자인 작가가 전환기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인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박 작가는 델리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뒤 호주로 건너가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인도와 호주를 오가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던 그는 현재 양구 박수근마을에 정착해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박 작가는 인간의 내면과 쉼, 명상을 탐구하는 독창적인 표현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품 속에서 인간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오브제, 그림자는 쉼을 갈구하는 자아의 모습을 나타낸다.

특히 이러한 이미지는 30여 점의 회화뿐 아니라 입체화된 조형물로 등장해 설치 작품에까지 그 의미가 확장된다. 최근 그의 관심은 박수근 화백의 나목(裸木)을 연상케 하는 나무의 그림자에 머물러 있다. 김진엽 미술평론가는 그림자에 대해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로 현실의 아픔과 고통을 감내해 주기도 하고 더 나아가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보여주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나무의 의연하고 초연한 속성에서 영감을 받아 나무 그림자를 즐겨 그리는 박 작가는, 이를 빈 하늘과 빈 땅, 빈 벽으로 확장해 비움과 채움이 가져다주는 명상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이 쉼을 얻는 과정에 대한 질문과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