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물과 빛으로 빚어낸 추상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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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만 사진가 ‘Phantasm(환상)’ 전시
-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센터 갤러리

심상만 사진가의 새로운 사진 연작 ‘PHANTASM(팬타즘·환영)’ 전시가 2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센터 갤러리 1·2에서 마련된다. 이번 전시는 심작가가 40여 년간 탐구해 온 사진 매체의 본질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며,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특유의 미학적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자연’과 ‘인공’이라는 상충되는 두 개념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탄생되는 독창적 예술 세계의 예술적 진화를 만난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심작가의 작품에서 물은 중요한 소재로 쓰였다. 거대한 수조를 이용, 거센바람에 일렁이는 파도를 연출해 낸 ‘내안의 바다’ 작업은 물론 ‘연엽’과 ‘공지천’에 이르기까지 물을 매개로 한 새로운 시각적 경험들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물은 작품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작가는 얼음을 긁고 문지르며 다양한 텍스처를 만들어내고, 인공의 빛을 투사해 얼음과 물이 만들어내는 환영적 이미지를 기록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냉동창고라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얼음을 녹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얼음과 빛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려고 시도했다. 유리 위에 종이를 깔고 그 위에 물을 얼리고 녹인 후, 유리 밑에서 빛을 투과해 촬영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마치 추상 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다. 이 과정에서 물은 빛을 담는 캔버스이자 추상적 이미지를 구성하는 도구로써 역할한다.

이처럼 물이 빛과 결합해 만들어낸 이미지는 현실적인 형상을 뛰어넘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모습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작가는 “사진은 빛의 기록”이라 강조하며, 물과 빛이 상호작용하는 과정 속에서 사진의 본질적 언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특히 얼음 위에 비치는 빛의 움직임은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물이라는 유동적 매체가 가진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색채의 폭발적 활용을 통해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며 관람객을 추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처럼 심작가의 이번 작업은 단순히 자연을 기록하는 사진의 전통적 역할을 넘어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작업으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자연의 새로운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는 자연을 재해석하고 인공적 관념으로 재구성한 심작가만의 독창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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