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양구의 자연과 사람, 예술로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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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미 작가의 개인전 ‘間(간) 사이 잇다’
- 29일까지 양구백자박물관 기획전시실

◇‘사이 잇다’ 가변설치, 퍼포먼스

양구백자박물관 창작공간에서 3년 동안 활동한 조은미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29일까지 양구백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마련된다. ‘間 사이 잇다’를 타이틀로 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양구의 자연, 지역사회, 그리고 사람 사이를 잇는 독특한 예술적 탐구인 단절과 지속, 남과 북, 자연과 인간 등 다양한 대립적 관계 속에서 공존과 상생의 가능성 모색을 형상화한 결과물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북위 38도선 북쪽에 위치한 방산면을 ‘사이공간’으로 설정했다.

이는 분단과 접경의 상징성을 넘어선 새로운 상상력의 공간으로, 그곳에서 채집한 백토와 밀랍, 지역의 재료들을 창작의 주요 매체로 삼았다. 작가는 자연과 지역 주민을 단순한 모티브나 재료로 소비하지 않고, ‘사이 존재’로서 작업의 본질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단순한 예술적 해석을 넘어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본질적 연결성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시는 소성(塑性·외부의 힘으로 형태가 바뀐 뒤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하지 않은 백토를 주요 재료로 사용해 자연으로 되돌아갈 여지를 남긴다. 이는 물질의 순환과 공존 가능성을 은유하며,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양구흔적> 복합재료, 영상 2024

작가는 백토뿐 아니라 금속물들을 활용해 지역 주민과 소통의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2년간 지역민과 협업을 통해 제작된 금속 조형물은 예술이 단순한 표현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의 또 다른 축은 영상이다. 작가는 영상 속에 양구에서의 시간과 흔적을 담아냈다. 버려지는 종이와 수입 천, 식물, 닥섬유 등을 양구의 백토와 섞어 만들어낸 흔적은 지역성과 생태적 맥락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상은 관객이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그림자까지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는 관객의 흔적이 작품과 상호작용하는 또 하나의 예술적 층위를 형성하며, 작품이 단순히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열린 과정임을 강조한다. 조작가의 작품 세계는 예술이 가진 사회적 역할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지역과 예술,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공감과 연결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양구라는 접경지역에서 출발한 작업은 이곳의 역사적, 지리적 특수성을 초월해 인간 보편의 관계성을 탐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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