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시간이 머문 고재의 기억

이해선 개인전 ‘반다지 생각공간’
평창류경갤러리, 오는 30일까지

◇이해선 作 ‘반다지’

시간이 스며든 고재(古材)의 결을 따라, 나무로 감정을 기록한 기억들이 감성으로 다시 피어난다.

평창에서 활동 중인 이해선 작의 개인전 ‘반다지 생각공간’이 다음달 30일까지 평창 류경갤러리에서 열린다.

‘반다지’는 전통 고가구인 반닫이에서 유래한 순우리말로 이번 전시에서는 고재로 만든 가구 150여 점을 선보인다. 과거 물건을 보관하던 장식장을 뜻하는 반다지는 이 작가에게 있어 가구를 넘어선 ‘기억을 담는 그릇’이다.

작품들은 목재 패널 위에 종이처럼 펼쳐지는 구조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투박한 짜임과 세월의 균열은 오히려 작품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고 장식을 덜어낸 절제미 속에서 ‘시간이 조각한 조형미’를 드러낸다. 마치 오래된 기록이 두루마리처럼 펼쳐지는 듯한 작품은 나무의 결과 함께 감정의 여운을 전달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이해선 작가는 2004년 서울의 작은 작업실에서 출발해 목동, 양재, 용인 등을 거쳐 봉평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 고재만 다뤄온 작업을 통해 ‘반다지’를 대중에 알렸다. 전통가구의 틀을 따르되 현대적 미감을 입힌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가구의 의미를 계승하면서도 단순한 복원에 그치지 않고 재창조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전통의 숨결을 현재로 끌어오고 그 결을 따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전시는 고재의 생명력과 작가의 철학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그의 작품은 시간을 매개로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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