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미 작가의 개인전 ‘나무를 만나다(Meet a tree)’가 다음달 3일까지 원주 갤러리 원에서 열린다.
작가의 회화는 일상의 풍경을 기억으로 되살려낸다. 나무를 주인공 삼아 펼쳐지는 화면은 흔히 보던 숲이나 동산이 아니다. 그것은 유년 시절의 어렴풋한 두려움, 아버지의 투병과 어머니와의 산책, 그 모든 시간의 켜들이 겹겹이 쌓인 풍경이다. 이번 전시에는 1998년작 ‘아침에...’부터 2025년 신작 ‘따뜻한 바람이 오네’까지 생동감 넘치고 따뜻하며, 화사한 색상의 작품들이 선을 보인다. ‘멀리 보는 날’에서는 구릉을 가득 채운 꽃밭과 원근감 있는 수목이 화면을 장악하고, ‘8월, 그 곳’에서는 대지의 붉은 핑크와 초록이 강한 대조를 이루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따뜻한 바람이 오네’는 잔디와 나무, 그리고 얼룩말을 통해 한없이 평화로운 오후를 구현한다. 작가는 화폭 속 나무들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주체로 삼는다. 색면은 명확하고, 구도는 유희에 가깝다. 단조롭지 않으면서도 기묘하게 정돈된 화면은 관람자로 하여금 유년의 기억으로 발을 들이게 만든다. 그곳에서 나무는 늘 기다리고 있었던 존재처럼 관객을 맞이한다. 작가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나무를 통해 두려움을 마주하고, 그것을 감싸는 따뜻한 세상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 문장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가장 정직한 문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