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둘러싼 논란 속에 '분열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원 야권도 우려의 시선으로 사태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오는 22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전한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놓고 찬반 구도로 맞서는 상황에서 전 씨가 당내 갈등을 부추기며 비전·쇄신 경쟁 대신 내부 대립에 갇혔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8일 대구합동연설회에서 전 씨는 '전한길뉴스 기자' 자격으로 연설회장에 들어간 뒤 개혁 성향인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의 연설 도중 당원들에게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물병 투척과 지지자 간 몸싸움으로 이어지면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후보자들도 첫 연설에서 미래 청사진을 내놓기보다 전씨를 비롯한 '윤어게인' 세력을 포용할지 여부를 두고 퇴행적 공방만 벌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탄(탄핵 반대)파인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윤어게인도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자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극단 세력과 손 잡으며 대중 정당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다"면서 대립했다.
연일 당을 향해 쓴 소리를 내고 있는 박정하(원주갑) 국회의원은 사태와 관련 비판 목소리를 직접 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 씨의 논란과 관련한 상황을 공유하며 "극한에 기댄 정치에 희망이 있을까"라며 "이 염천(더운 날씨)이 더 힘들다"고 적었다.
박 의원은 "우리 스스로부터 변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그 비난보다 우리당에 대한 비난이 더 클 것"이라며 "지금의 지지율은 우리 당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고도 꼬집었다.
그러면서 "변하지 않으면 이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이제는 바로 정신차리고, 짠물 정치가 아닌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정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단톡방에서도 전한길 사태와 관련한 항의가 쇄도하는 등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도부는 전 씨에 대해 전당대회와 관련한 향후 모든 일정의 출입금지를 긴급 지시했다.
또 징계 절차에도 착수했다. 다만 전씨가 유권자가 아닌 언론인 자격을 내세워 전대 일정 참석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장에서의 소란이 재연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당내에서는 남은 전당대회 기간 퇴행적 공방이 되풀이되면 새 지도부 출범에 따른 '컨벤션 효과'는 사라지고 국민적 반감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은 12일 부산·울산·경남, 13일 충청·호남, 14일엔 강원·수도권·제주 합동연설회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