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 출신 박병문 사진작가가 오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헝가리 부다페스트 사진의 집(마이마노하우스)에서 ‘한국-헝가리 현대사진전’을 갖는다.
‘눈치-침묵의 힘(Somewhere in Korea)’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에는 박 작가를 비롯한 7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한국과 헝가리에서 모인 이들은 한국과 북한에서 촬영한 4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박병문 작가는 ‘여성광부(2007)’를 비롯한 1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광부였던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일평생 탄광의 삶과 역사를 렌즈에 담아온 그는 10여 년 전부터는 여성 광부인 선탄부를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선탄장(채굴된 석탄 더미에서 정탄을 골라내는 작업장)의 잿빛 분진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뉴욕, 헝가리 등 세계 각국에서 호응을 얻었고, 2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비로소 헝가리에 다다르게 됐다.
그의 작품 속 선탄부의 얼굴을 마주할 때면 경외와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박 작가는 다음달 3일 현지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생계를 위해 남편을 잃은 탄광에 돌아가야했던 여성들의 삶과 헌신을 알릴 계획이다.

완전 폐광을 앞두고 더는 탄광의 분진을 담을 수 없게 됐지만, 그의 작업은 끝나지 않는다. 지난해 장성광업소의 마지막 선탄부 다섯명을 담아내며 작업에 몰두 중인 그는 선탄부의 삶과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박병문 작가는 “비록 완전 폐광으로 더는 선탄부의 작업 모습을 담을 수 없지만, 그들의 삶을 전 세계에 알리고 정당한 처우와 경외를 요구하는 나의 작업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