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강릉선과 중앙선 그리고 개통예정인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수도권 ‘아트 투어족’을 ‘지붕 없는 미술관’ 강원특별자치도로 초대하는 문화적 가교(架橋)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나오시마가 섬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어 세계적인 명소가 된 것 처럼, 강원도도 천혜의 자연환경을 건축과 예술로 결합한 ‘장소 특정적 예술(Site-specific Art)’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 원주 ‘뮤지엄 산’의 건축 철학
원주 오크밸리 산자락에 위치한 ‘뮤지엄 산’은 전시된 그림보다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안도 다다오는 산의 능선을 깎지 않고 지형에 순응하는 방식을 택했다. 회색 노출 콘크리트로 대표되는 그의 건축 언어에 경기도 파주에서 가져온 붉은색 ‘파주석’을 외벽으로 둘러 강원도의 산세와 이질감 없이 녹아들게 했다. 특히 제임스 터렐관은 이 장소성의 정점을 찍는다. 인공 조명을 배제하고 오직 강원도의 하늘과 자연광만을 활용해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향연을 보여주는 ‘스카이 스페이스’는 이곳이 아니면 구현 불가능한 예술이다. 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자연 속에서의 치유와 사유를 제공하는 ‘공간의 예술’이다.
◇ 강릉 ‘하슬라아트월드’의 대지 미술
원주가 산과 건축의 조화라면, 강릉 ‘하슬라아트월드’는 바다와 대지 미술(Land Art)의 결합이다. 조각가 부부인 최옥영, 박신정은 강릉시 강동면 해안 절벽의 비탈면을 깎지 않고 지형의 높낮이를 그대로 살려 10만9,000㎡의 예술 정원을 일궈냈다. 이곳의 핵심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각도로 길을 내고 작품을 배치했다는 점이다. 관람객이 미술관 터널을 통과하거나 좁은 통로를 지나면 갑자기 탁 트인 동해 바다가 펼쳐지는 구조는 의도된 연출이다. 야외 조각공원의 ‘소나무 정원’과 ‘시간의 광장’은 작품이 자연을 배경으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곧 작품의 일부가 되는 대지 미술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는 강릉의 바다라는 장소성을 예술적 체험으로 극대화한 사례다.
◇ 인제 ‘예술 정원’의 실험
인제군은 백담역 역세권인 용대리 일대에 195억 원을 투입해 ‘지방정원’을 조성한다. 이곳은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인제의 식생과 기후를 반영한 ‘리틀 포레스트’, ‘식물학자의 실험실’ 등 테마가 있는 ‘작가 정원’으로 꾸며진다. 나오시마의 ‘이에(家) 프로젝트’가 버려진 집을 예술로 채워 마을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든 것 처럼, 인제군은 백담사로 이어지는 8.2km의 길과 마을 전체를 정원화해 ‘머무는 예술 마을’을 지향한다.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역사가 아닌 거대한 정원 속으로 들어서는 경험이 철도망 확충으로 그릴 수 있는 미래의 강원도형 아트 투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