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미완의 시대와 문학

 -신철하 강원대교수 비평집

 “한국문학은 시방 공허하다.”

 문학평론가인 신철하강원대교수가 6년간의 도전적인 저술을 모아 비평집 '미완의 시대와 문학'을 펴냈다. 생태와 아나키(anarchy) 그리고 지역 자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문학에 관해 풀어낸 책이다.

 신교수는 휴머니티와 자율, 자유를 근간으로 한 주민자치 즉 '생태자치'의 사회를 위한 날카로운 제언을 내놓는다. 또 이를 통해 사회생태학의 창시자인 머레이 북친처럼 '지배'에 대한 비판과 거부의 언설을 날린다.

 비민주적이며 계급을 조장하는 메커니즘과 각종 매체, 주류담론, 주례사 비평, 패거리주의 등 민감한 주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이유다.

 신교수는 책에서 현재 한국문학의 가장 큰 문제를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의 결여'라고 진단한다. 나아가 '무엇을 왜 써야 하는 지에 대한 최초의 물음이 거세된' 문제의식 없는 문학이라면 반생태적인 상업주의를 방조하고 이에 영합하는 일이라고 꼬집는다.

 그에 따르면 “오늘의 우리문학이 실존적 개인과 그 관계의 문제들에 영향력을 미치는 작은 단위의 정치적 문제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과는 무관하게 깊이 없이 난무하는 실존주의풍의 시어들, 그리고 근거없는 초월과 자연적 어조의 범람이 과연 시대를 직시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인 셈이다.

 또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지자체의 정치행태를 면밀하게 관찰하는 시인이나 작가는 없다고 탄식한다. 그에 따르면 정치와 사회문제를 도외하는 문학은 지극히 쇄말적이고 이기적인 '위안의 문학'이다.

 이같은 문제는 '화사해 보이지만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는 비평'에도 책임이 있다. 그는 맹목에 가까운 비평적 수사, 특정작가에 대한 비평적 감싸기, 의미 없는 이벤트성 비평이 결과적으로 '문학의 위기'를 '문학의 죽음'으로 몰고간 장본인이라고 말한다.

 신교수는 서두에서 “야만적 폭력의 만연을 문학이 비켜갈 방법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동시대 작가인 조세희는 언제 출간될 지 모르는 한 소설에서 야만의 시대를 향해 가장 강력한 무기인 통곡으로 항의하고 있었다”고 썼다.

 1988년 현대문학에 평론 '성과 죽음의 고리'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저서로 '비평과 형식' '수상' '상징과 해석' '역사의 천사' '문학과 디스토피아' '푸른 대지의 희망'이 있다. 실천문학사刊. 363쪽. 1만8,000원. 민왕기기자·wanki@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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