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중언]투발루

 투발루가 지구온난화의 첫 희생양이 되고 있다. 호주 북동부 4천㎞ 지점에 9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진 작은 섬나라. 면적은 고작 26㎢로 우리나라 남해안의 외나로도만하다. 지도에는 드넓은 태평양에 점 하나로 표시된다. 인구는 1만1천5백여 명, 평균 해발고도는 3m에 불과하다. 이 섬이 해수면 상승으로 없어질 날이 머지않았다. 이젠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바다 밑에 잠길 나라를 떠나야 한다. 인류의 무분별함에 분노한 자연의 보복이다. ▼투발루의 전 총리 콜로아 타라케의 처절한 외침이 지금도 생생하다. “난 세계 최대의 공해유발 국가인 미국을 법정에 세울 것이다. 이것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인을 비롯한 선진국 사람들이 에너지를 펑펑 쓴 대가를 엉뚱하게 수천㎞ 떨어진 곳의 섬나라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게 오늘날의 비극적 현실이다. 투발루 인근의 키리바시와 인도양의 몰디브가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다음 희생양 목록에 올라있다. ▼투발루의 수몰위기설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환경적,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단골 메뉴의 하나가된 지 오래다. 영화 '일본침몰'과 '진도 10.5 미국침몰'에서 보여 준 재앙은 더 이상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 전체 온도 상승이 현 속도를 유지한다면 향후 50년 안에 3.6~5.4도 올라간다. 5도 상승하면 뉴욕 마이애미 런던 도쿄 상하이 등 해안 인접 도시들이 수몰될 수 있다. 현재보다 6도 오르면 생물종의 최대 95%가 멸종 위기에 놓인다. ▼자연의 검은 손길이 서서히 인류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하지만 그 대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구온난화는 투발루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다. 전세계가 협력해 종착역 없이 달려가는 이 흐름을 역류시켜야 한다.” 투발루인들의 절규다. 이 울부짖음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세계는 아직까지 더워지는 지구를 멈추게 할 브레이크 페달을 찾지 못했다. 종말로 치닫고 있다. 루소의 경구를 되새겨야 할 때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장기영논설위원·kyjang@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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