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한국 불교 ‘최고 지식인’ 강의 다시 듣는다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 건립

증언 하나=“서울대 법대에 다닐때죠.

오대산에서 내려와 동국대 선원에 머물고 계시던 탄허스님의 명성을 접하고 초청강연을 듣게 됐는데, 첫 강의 후 수강생 모두가 출가하겠다고 술렁거렸어요.

서울대 법대 우리 학번이 없어질뻔 했죠”-전창렬 변호사·전 탄허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증언 둘=“유(儒)·불(佛)·선(禪) 삼교(三敎)에 두루 통달해 나는 상황에 따라 ‘탄허당’ ‘스님’ ‘선생님’으로 호칭했었죠.

내 팔십 평생에 그만한 큰 지식인을 본적이 없어요.

오대산 월정사와 삼척 삼화사에서 화엄경을 만년필로 원고지 10만장분량(전 47권)으로 번역을 하고나서 수술을 받은 손가락을 내보이며 여기서 사리(舍利)가 나왔다고 자랑스러워 했죠”-최승순 강원대명예교수·전 율곡학회 이사장

증언 셋=“자칭 국보였던 동국대 국문과 양주동 교수가 오대산 월정사까지 찾아와 탄허스님의 장자 강의를 듣고 ‘장자가 다시 태어나 자기 글을 강의한다해도 탄허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극찬하기도 했었죠”-원행 치악산 구룡사주지


유·불·선 삼교(三敎) 모두에 정통했던 대강백(大講伯) 탄허스님(1913∼83)의 강론을 다시 접할 수 있는 전당이 세워진다.

탄허문화재단(이사장:혜거)과 오대산 월정사(주지:정념)가 탄허스님 열반 25주년을 맞아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25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자곡동 285번지 대모산 자락 현장에서 기공식을 갖는 탄허 대종사 기념박물관은 내년 봄 개관 계획이다.

대지 800평에 지상 3층 건평 450평 규모로 지어져 탄허스님이 출간한 15종 74책의 저서와 140점의 서예, 비명 탁본, 사진, 유물 등과 함께 그가 아끼던 고서 4,000여권의 고서가 전시된다.

이 건물엔 100평의 박물관 외에도 150평의 법당·교육관, 200평의 강사실·강의실이 마련돼 탄허의 유지대로 인재를 양성하는 탄허문화센터(아카데미)가 운영된다.

박물관을 운영할 탄허불교문화재단은 “탄허대종사의 유지를 받들어 4집(四集), 4교(四敎)등을 기조로 하여 동양 고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 연구자를 양성하고, 일반인 대상 강의도 개설할 것”이며 “이곳에서 배출된 인재를 중심으로 불교 및 동양학의 심층적인연구와 정리를 통해 학술서적을 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공식에는 조계종 종회의장 자승스님, 유홍준문화재청장, 동국대역경원장 월운스님 월정사회주 현해스님, 등 100여명이 참석한다.

기공식에서 환영사를 하는 월정사주지 정념스님은 “종교인으로는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는 등 한국불교사에 빛나는 최고의 지식인이자 선승이셨던 탄허스님의 맥을 이어 역사를 이끌 큰 인물 길러내는 도량이 될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호선기자 yonghs@kwnews.co.kr


탄허 대종사는

탄허 대종사는 1913년 1월15일 전북 김제에서 출생했다.

속명은 김금택(金鐸), 자는 간산(艮山)이다.

6세때부터 조부와 여러 유학자에게서 사서(四書) 삼경(三經) 및 예기(禮記), 춘추(春秋) 등을 수학했다.

20세에 도덕경(道德經)과 장자(莊子)를 읽으면서 ‘도(道)란 무엇인가?’에 의문을 품기 시작, 오대산 상원사에 주석하고 있던 방한암(方漢岩)스님과 3년간 20여통의 서신을 주고받았다.

22세인 1934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한암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법명은 택성(宅成), 법호가 탄허(呑虛)다.

한암을 모시고 15년 동안 수행했으며 월정사 조실과 연수원장을 지냈다.

수행과 역경, 강론에 나서 선교겸수(禪敎兼修)를 실천했던 스님은 1958년 월정사에 ‘오대산 수도원’을 세워 불교경전을 비롯해 도덕경과 장자, 주역을 강의하며 수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씨알 함석헌과 국문학자 양주동박사가 이곳에서 ‘장자’를 배운 1기 수강생이었다.

이후 동국대 대학선원 원장, 조계종 중앙역경원 초대원장을 지냈으며 동양철학에도 해박해 일본·대만 등 해외에서 열린 동양학세미나에서 화엄학 등을 강의하기도 했다.

특히 대만대학교에서 비교종교에 대한 특강을 해 세계적인 석학으로 추앙받았다.

20여년에 걸쳐 ‘화엄경 합론’ 전47권을 번역·출간하는 등 15종의 불교경전을 번역해 74책을 간행하는 역경사업에 매진했다.

1983년(향년 71세, 법납 50년) 6월5일 오대산 월정사 방상굴에서 입적했다.

입적 후 국가로부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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