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북강원 금강산 생태탐사②] 2. 초여름 금강산 식물

희귀식물 만개 백두대간 생태축

금강산 세존봉 8부 능선에 한국산 잎갈나무가 집선봉을 배경으로 서 있다. 남한에서는 자생하는 한국산 잎갈나무를 보기 힘들다. 김남덕기자

남북 분단으로 50여 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금강산 생태가 강원일보 금강산 생태탐사단에 의해 공개됐다.

이번 생태탐사단 식물 조사에는 이우철 강원대명예교수와 이정희 국립수목원박사가 참가해 금강산 제2봉인 세존봉과 내금강 일대, 수정봉 코스를 답사했다.

1859년 일본 하야시에 의해 쥐다래나무가 채집되면서 시작된 금강산 식물 조사는 1916년 나카이와 정태현(당시 중앙임업시험장)의 조사로 전모가 드러났다.

그러나 남북 분단 이후 50여 년간 식물 변화상이 공개되지 않다가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강원일보 생태탐사단에 의해 금강산의 식물생태가 일부나마 확인됐다.



■내금강 지역

옛사람들은 ‘금강산을 갔다 왔다’고 하면 내금강을 다녀온 것으로 알만큼 금강산 내금강은 금강산 관광의 백미로 꼽힌다.

수려한 계곡과 표훈사, 장안사, 보덕암 등 사찰로 유명한 내금강은 우아하고 수려한 경치가 아름답다.

외금강이 남성적인 산악미로 유명하다면 내금강은 여성적인 산수미가 두드러진다.

외금강 지역인 온정각에서 온정령에 이르는 길은 소나무와 전나무 군락이 장대하게 펼쳐져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북측 안내원은 전나무 군락지에 대해 “김일성 수령께서 헐벗은 산에 전나무를 심으라고 지시했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원시림처럼 펼쳐지는 전나무 숲에 이어 온정굴을 통과해 내금강 지역으로 향하는 비포장길 주변에는 함박꽃나무가 수줍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내금강 식물생태조사는 표훈사에서부터 보덕암까지 진행됐다.

표훈사 주변에는 수십 년은 넘어 보이는 전나무 숲이 조성됐고 계곡을 따라 소나무와 음나무, 쪽동백나무, 다릅나무, 당단풍, 피나무, 박달나무, 개박달나무 등의 나무류와 만리화, 참조팝나무, 물참대 등이 분포하고 있었다.

등산로 주변 곳곳에는 금강산의 대표 수종인 금강봄맞이가 수줍은 자태를 뽐내며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또 강원 북부지역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나는 꿩의 다리’라는 뜻의 학명을 가진 연잎꿩의다리가 눈에 띄었다.

특히 우리나라 희귀·특산식물인 만리화가 등산로 바위틈에서 고개를 내밀며 조사단을 반갑게 맞이했다.

■세존봉

외금강 지역에 위치한 금강산 세존봉(1,160m)은 비로봉(1,638m)에 이어 금강산에서 2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세존봉은 경사가 심해 비교적 어려운 코스에 속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을 비롯해 해치봉, 구룡대, 관음연봉 등은 물론, 고성항과 동해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을 자랑한다.

외금강 구룡폭포에서부터 시작하는 세존봉 산행길은 험난한 코스로 생태조사단의 방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기를 수차례, 가파른 코스를 오르다 보니 바위틈에는 금강봄맞이가 조사단의 미소를 자아낸다.

특히 신종이 아닌가 하고 조사단의 흥분을 자아낸 바위솜나물과 여름에 가까운 시기에도 수줍은 자태를 뽐내던 철쭉은 본연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우철 교수는 “세존봉 일대에도 설악산 덕유산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상록침엽수인 분비나무가 많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관찰되지 않았다”며 생태조사 코스가 등산로 주변에만 한정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약 15㎞에 달하는 세존봉 코스는 아침에 출발해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고도 해질녁이 돼서야 조사를 마칠 절도로 고된 행군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금강국수나무와 금강초롱 등 금강산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종을 발견하지 못한 점은 조사단에 아쉬움을 남겼다.

■수정봉

온정각 북서쪽에 위치한 해발 773m의 수정봉은 이름 그대로 수정이 많다는 뜻을 갖고 있다.

외금강에 위치한 수정봉은 세존봉보다 등정 시간이 짧지만 정상의 전망은 세존봉 못지않아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수정봉 생태조사는 전날 세존봉에서 간간히 보이던 금강봄맞이가 곳곳에 피어 조사단의 발길을 잡아끌었다.

짙은 안개로 절경을 자랑하는 수정봉 코스의 자랑거리를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연잎꿩의다리와 큰원추리, 꽃아카시나무 등을 관찰하며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정희 박사는 “이번 조사 기간 관찰된 것 대부분이 우리나라 강원도 북부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며 “다만 바위솜나물과 잎갈나무, 누운전나무 등은 새롭게 관찰돼 조사의 의미를 더했다”고 말했다.

고성=최성식기자



“초여름 꽃 관찰하는 소중한 기회 다음엔 금강국수나무 볼 수 있길”

이번 탐사는 금강산의 내금강 코스(현재는 만폭동 계곡의 묘길상까지 공개) 중 장안사터에서 보덕암까지 그리고 외금강의 구룡폭포∼세존봉(1,160m)∼1167봉∼목란담∼합수목∼신계사 계곡까지 등산로를 따라 초여름 꽃을 관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내금강 코스를 가기 위해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만물상을 지나 온정령(고개)까지는 함박꽃나무 또는 산목련(북한의 국화:나무에서 나는 ‘난’이라 하여 목란꽃나무라 부름)이 곳곳에서 만개하여 백의민족의 청초함을 수줍은 듯이 뽐내고 있었다.

온정령을 지나 표훈사(表訓寺)까지 가는 경유지에서 관광객을 반기는 마을 어귀에 가로수로 심어진 꽃아카시나무의 붉은색은 이색적이면서도 마을의 풍경에 비추어 돋보여서 참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내금강 코스의 시작인 표훈사 주변에는 전나무 숲이 잘 조성되었고 보덕암까지는 계곡을 따라 소나무, 음나무, 쪽동백나무, 다릅나무, 단풍나무, 피나무, 박달나무, 개박달나무 등의 교목과 만리화, 참조팝나무, 물참대 등의 관목과 가는잎음나무의 어린 개체가 눈에 띄게 분포하여 눈길을 붙잡았다.

초본으로는 강원 북부지역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금강봄맞이, 연잎꿩의다리 등을 만날 수 있어 가는 이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특히 우리나라 희귀 특산식물인 만리화는 2005년 첫 번째 조사 때와 달리 두 번째 가는 마음의 여유 때문인지 등산로를 따라 곳곳의 바위틈에서 자주 마주침에 즐거운 반면, 이렇듯 놓치고 가는 식물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표훈사에서 ‘전나무 숲 가든 파티(점심)’를 한 후 장안사터까지의 산책길에서 마주친 은방울꽃, 매발톱꽃, 고광나무, 공작고사리, 도깨비부채, 당개지치 등이 관찰되었다.

이는 남쪽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 오히려 친근감을 더욱 느끼게 하였다.그러나 아쉽게도 이번 여행길에서 마주칠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였던 세계적으로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1속 1종인 금강국수나무와 금강초롱꽃은 관찰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구룡폭포에서 세존봉을 향해 오르는 길에서 만난 철사다리 밑에서 청순함을 뽐내고 있는 금강봄맞이, 신종의 꿈을 잠시 꾸게 만들어 흥분하게 했던 바위솜나물, 뒤늦게까지 피어 가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는 철쭉, 꽃개회나무 그리고 우아함과 곧은 마음을 보여주는 잣나무, 누운전나무, 잎갈나무 등은 등반으로 피로에 지친 관광객의 무거운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는 영양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조사 기간 중 관찰된 것 대부분은 강원 북부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었으며 새롭게 만난 것으로는 바위솜나물, 잎갈나무, 누운전나무 등이고 다음 기회에는 이번 길에서 만난 돌 틈의 만리화처럼 바위틈의 금강국수나무를 볼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이정희 국립수목원 식물분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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