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교육청 통폐합안이 다시 제기됐다. 10여 년 전에도 산술적 기준으로 통폐합을 추진하다 교육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한발 물러섰던 정부가 이제는 자율화를 전제로 재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지역의 교육적 특수성을 무시한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통폐합은 안 된다. 경제논리만의 통폐합안에 대해 본란은 수없이 그 부당성을 지적한 바 있다. 다시 한 번 그 비교육적 처사를 일깨울 필요를 느끼게 된다.
정부가 제시한 통폐합 기준은 지역교육청 관할 지역 인구수 5만 명 미만, 학생 수는 초·중학교 5,000명 미만이다. 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도내 17개 지역교육청 가운데 8개가 대상이 된다. 지난 4월1일 기준으로 도내 군 지역의 학생 수는 홍천과 철원 이외에는 모두 5,000명을 넘지 못했다. 대도시 편향의 정책임을 알 수 있다. 이대로 강행한다면 농어촌의 공동화는 물론 인구와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강원교육은 황폐화된다.
통폐합을 추진하는 배경이 예산을 아끼기 위해서라면 소규모 군을 먼저 없애는 것이 단연 효과적이다. 그렇게 되면 군청 산하의 사업소나 유관기관 그리고 경찰서 같은 국가기관도 자동적으로 없어진다. 시·군 등의 행정단위는 대도시의 구청이나 출장소와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지역의 오랜 역사를 각 시·군이 표상하고 있다. 산업화에 밀려 지금은 영세한 고장으로 전락했다 할지라도 독립된 행정단위를 유지하는 이유다.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인구와 학생 수와 같은 현상만 보고 지역사회의 구심점이며 문화센터 기능을 간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다. 대도시의 구 단위 교육청은 본청과 일선 학교의 중간역할을 맡는 것에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의 교육청은 다르다. 향토애의 산실이며 지역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교육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통폐합은 지역 간 교육의 불평등도 가중시키게 된다. 지역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