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25년 만에 간첩 누명 벗은 오주석씨.."이제야 편히.."

“이제야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네”

◇25년 전 간첩사건이 조작된 것임이 밝혀져 억울함을 씻게 된 오주석씨.

재일교포 사촌집 방문 빌미 공안기관 연행

고문 견디다 못해 허위자백… 5년여간 투옥

진실화해위 국가 사과 등 재심 권고 조치

“누명을 벗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습니다.”

국가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돼 오명을 뒤집어쓰고 살아야 했던 70대 노인의 억울함이 25년 만에 밝혀졌다.

춘천의 한 대형 유통업체 이사였던 오주석(79·춘천시죽림동)씨는 1983년 3월 이른 아침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다 갑자기 들이닥친 공안기관 요원 3명에게 체포됐다.

영문을 묻는 오씨에게 요원들은“군소리 말고 시키는대로 하라”는 말뿐이었다.

오씨의 갑작스런 체포는 1980년 5월 유통업체 시찰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재일교포였던 고종사촌의 집을 방문한 것이 빌미가 됐다.

1953년부터 1961년까지 8년간 경찰생활을 했던 그는 고종사촌의 집에 걸려 있는 김일성 사진을 보고 놀라 식사만 하고 2시간 만에 부랴부랴 집을 나섰지만 3년이 지난 후 이 일로 공안기관에 끌려가 재일교포인 친척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국가기밀을 넘겨줬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당시 공안기관에서 58일 동안 가족은 물론 변호인의 접견조차 차단된 채 협박, 구타, 물고문을 당했으며 결국 견디다 못 해 허위자백을 하고 말았다.

국가기밀 탐지·수집 등 간첩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오씨는 1988년 12월 가석방될 때까지 5년8개월 간 감옥살이를 했다.

그는 출소 후에도 간첩이라는 주위의 손가락질과 자식들에게까지 돌아가는 불이익 등으로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오씨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2006년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진실화해위)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위원회 조사 결과 공안기관이 당시 오씨가 북한 공작원에 넘긴 증거물로 제시한 ‘춘천 죽림동 방위 지원회 내규’는 공안기관 수사관의 지시로 당시 죽림동장이 만든 것으로 드러나는 등 조작된 사건임이 밝혀졌다.

진실화해위는 지난달 19일 오씨와 가족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을 권고했다.

오씨는 “간첩이라는 수근거림에 친구들조차 떠나 혼자 할 수 있는 서예를 벗삼아 살았다”며 “언젠가 반드시 누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살았는데 이제는 모두 용서하고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기영기자answer07@kwnews.co.kr

라이프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