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특집]美 스크립스(Scripps)연구소 춘천 유치 의미

"국제 바이오-제약연구 허브도시 성장 기틀 마련"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스크립스연구소 전경

바이오·의약 연구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미국 스크립스연구소(한국 스크립스 항체연구소)가 춘천에 유치됐다.

도와 춘천시 강원대학교 미국 스크립스연구소가 공동 지분을 갖게 되는 한국 스크립스 항체연구소(이하 한국스크립스)는 지적재산권 가치만도 500억원대로 평가되고 있다.

또 한국스크립스 춘천 유치는 한국 항체신약 개발기술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됐다는 의미도 지닌다.

한국스크립스는 지난해 도와 춘천시 등이 유치한 바텔연구소의 ISS, 제약기업단지와 연계돼 춘천을 세계 제약산업의 거점으로 발전시킬 전망이다.

이는 해외 관련 기업들의 연수와 견학 등을 통한 마이스(MICE)산업 및 의료관광 발전으로 연결되는 등 다양한 파급효과도 낼 수 있다.

■스크립스(Scripps)연구소

스크립스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비영리, 독립과학연구기관 중 하나이다.

본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1961년 설립됐다.

연구분야는 면역학 분자·세포생물학, 유기화학, 구조생물학 등이다.

세계 항체분야의 독보적 존재인 러너 회장을 비롯한 관련 분야 전문가 3,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스크립스는 다국적 제약기업의 연구·개발과제를 주로 수행하며 연간 3억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다.

예산은 전액 미국국립보건원(NIH) 및 연방기관, 제약회사의 후원으로 마련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경우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2004년 스크립스 분원을 유치했으며 유치 당시 5억달러를 스크립스에 지원했다.

스크립스연구소가 질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면 바텔(ISS)은 전(前)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이를 병원 등의 외부기관이 받아 임상연구를 실시한다.

임상연구가 완료되면 제약기업의 약품을 생산, 등록해 시판하게 된다.

■유치 과정 치열

국내 제약산업은 신약 연구·개발(R&D) 기반이 약하다는 점이 최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생명공학연구소 유치는 도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과제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는 지난해 7월 스크립스연구소의 리처드 러너 회장이 항체신약개에 필수적인 특허 및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춘천시 강원대학교 등과 한국스크립스 유치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한국스크립스 유치에는 도뿐 아니라 서울과 경기 등의 지방자치단체와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한국스크립스 유치를 비공개로 추진한 도는 스크립스와의 접촉 채널을 찾지 못해 한때 유치계획이 백지화 단계까지 가기도 했다.

이때 춘천 출신으로 스크립스연구소에 근무 중인 송병두 박사가 결정적 역할을 하며 도의 유치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는 지난해 12월 정무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유치단을 스크립스에 파견, 러너 회장을 직접 만나 유치의사를 전달했다.

러너 회장은 지난 1월6일 비공개리에 도를 직접 방문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진선 지사와 이광준 춘천시장, 권영중 강원대총장이 지난 27일(현지시각) 오후 3시 샌디에이고 스크립스연구소에서 러너 회장과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함으로써 유치가 확정됐다.

스크립스연구소의 해외 분원 설치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스크립스 유치 배경

도와 춘천시는 지난해 9월 미국 바텔이 투자하는 제약연구 인증기관인 ISS를 유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춘천지역에는 (주)한화제약 한서제약 (주)일화 등 중·대규모의 제약기업이 모이고 있다.

또 70여개의 바이오기업이 가동 중인 등 바이오·제약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항체분야의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스크립스연구소 분원인 한국스크립스가 춘천에 들어선다는 것은 제약산업에 있어 신약개발·인증·생산이라는 체제가 완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항체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유치 성공으로 춘천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가 국제적인 바이오·제약연구의 허브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유치 이유이다.

특히 정부가 세계적인 연구소 유치 등과 연계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도는 한국스크립스 유치를 계기로 이 분야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춘천이 연구 인력 확보가 쉬운데다 기반시설 등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것도 한국스크립스 유치의 배경이 됐다.

또 오는 7월의 동서고속도로 춘천∼서울구간 개통, 내년 말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등 사통팔달 교통망 확충에 발맞춰 고속도로 인접지역에 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는 등의 사회간접자본 확충도 유치 성공의 이유이다.

■연구 결과물 상업화 위한 별도 회사 설립도 추진

도와 춘천시, 스크립스연구소는 오는 6월 춘천에 한국스크립스를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하고 8월까지 강원대학교에 연구 공간 및 장비를 구축한다.

한국스크립스는 9월부터 본격 가동되며 스크립스 본사의 연구진과 강원대 교수 등 20∼30명이 항체신약 분야를 공동 연구한다.

도 등은 한국스크립스가 개발한 특허 등의 지적재산권을 상업화하기 위한 별도의 회사도 설립할 계획이다.

별도 회사의 지분은 스크립스와 도 춘천시 강원대학교가 공동으로 가질 예정이다.

스크립스는 한국스크립스에 필요한 지적재산권을 제공하고 연구프로그램 기술 연구인력 등을 지원하게 된다.

스크립스와 한국스크립스의 연계 강화를 위해 조만간 구성될 한국스크립스과학자문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은 리처드 러너 스크립스연구소 회장이 맡는다.

도와 춘천시는 한국스크립스의 연구활동 및 운영을 위해 매년 30억원씩, 10년간 300억원(국비 포함)을 지원하고 강원대학교는 연구·개발 시설과 장비, 연구 인력 등을 지원한다.

■유치효과 및 과제

도와 강원대는 한국스크립스가 가동되면 전 세계에 항체신약을 독점 공급할 수 있는 연구 거점이 구축됨에 따라 국내외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 등의 강원도내 유입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스크립스에서 항체신약(2개 기준)을 개발하면 2조원 이상의 수입이 가능하다.

한국스크립스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50개 이상의 관련 기업 및 연구소를 유치해 2,000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스크립스는 항체 주문제작 판매사업과 항체 신약개발 후보물질(전(前)임상시험완료단계) 도출을 통해 10년간 총 3,000억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역대학의 생명과학 관련 고급인력 육성을 통한 세계적 항체신약산업 선도 능력 보유도 기대된다.

또 춘천이 세계적 항체신약기술개발과 바이오·제약산업의 거점으로 자리잡는 계기로도 평가된다.

원주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와 도의 선도산업인 의료관광·의교융합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스크립스 유치로 국제적인 바이오·제약연구 기반은 마련됐으나 이를 지역발전과 연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아있다.

우선 국제적인 연구기술 능력을 보유한 한국스크립스 유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원주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을 통한 제약산업의 기반 확충도 필요하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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