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인가 싶더니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면서 어느새 여름의 문턱에 와있다. 여름은 정열과 낭만이 넘치는 계절이며 강원도에 피서객과 관광객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계절이지만 기상재해가 가장 많은 위험한 계절이기도 하다. 이를 대비하고자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10월15일까지를 하계자연재난대책기간으로 정하고 기상재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상청에서 지난 100년(1912~2008년)간 기후를 분석한 결과, 한반도 연평균기온은 1.7도 상승하였고, 연강수량은 19% 증가하였으며, 특히 2000년 이후 증가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의 경우, 여름철의 증가세가 뚜렷하며 호우 발생도 증가하였다. 이번 여름도 예외가 아닐 것 같다. 금년 여름철 기상전망에 따르면,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 무더운 날씨를 보이며,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대기불안정 및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국지적 호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는 지형적인 영향으로 일강수량, 순간최대풍속 등 기상관측값이 국내 최고의 극값을 기록할 만큼 위험기상 다발지역이어서 더욱 관심과 조치가 필요하다.
지난 1년간 기상청은 기상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선진국의 예보모델을 도입하여 시험운영 중이며, 기상관측망도 확대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 특히 강원지방기상청은 강원도의 복잡한 지형에 맞는 기상예보를 위해 수평격자 2㎞의 정교한 예보모델을 개발하였다. 또 기상청의 관측망 이외 강원도청과 각 시·군, 그리고 다른 유관기관의 기상관측 자료도 실시간으로 입수하여 기상감시에 활용하는 등 여름철 기상재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눈부신 기상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십㎞ 내의 좁은 지역에서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집중호우와 같은 중규모 기상현상에 대한 예보는 미흡하며, 현재 과학기술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여 방재대책을 수립하고 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름철 방재대책은 크게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각종 시설물과 구조물의 사전 정비이다. 지형적으로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나 토목공사 등으로 물길을 막은 경우, 호우에 토사나 나뭇가지들이 쓸려 내려올 수 있는 지역, 그리고 경사도가 30도 이상인 산사태 발생 가능 지역에서는 이에 대비한 정비가 있어야 한다. 특히 최근 지구 온난화 등으로 강수량이 늘어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호우를 하루 전에 예보하더라도 이런 정비는 단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평시에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둘째, 선진국의 방재형태는 인명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좁은 지역에 돌발적으로 집중호우가 올 경우 예보를 할 수 있는 선행시간이 매우 제한적이다. 보통 1시간 내외이며(미국기상청도 49분임) 때에 따라서는 30분일 수도 있지만 대피는 할 수 있는 시간이므로 라디오, 휴대전화, 확성기 등에서 기상특보를 듣는 순간 대피해야 한다. 태풍의 경우에는 하루, 이틀 전에 특보가 발표되므로 특보에 맞춰 안전한 조치를 해야 한다. 설마 여기는, 그리고 나는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최근에는 매우 강한 강도를 가진 태풍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폭염에 대한 대비이다. 우리 모두 폭염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 최근 기온이 상승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폭염이 상당히 위험한 요인으로 작용하여 이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노약자가 주의해야 하며,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야외에서의 활동을 피하고 휴식과 적당한 실내기온 유지가 필요하다. 안전하고 건강하며 즐거운 여름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지만 각급 방재기관과 국민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필요한 행동을 취한다면 꿈이 아니라 바로 이룰 수 있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박광준 강원지방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