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전문의칼럼]더운 여름과 술 한잔

이상규 춘천성심병원 정신과 교수

속담에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 는 말이 있다. 골프공이 안 맞을 때 동반자들에게 말하는 핑계는 대략 200가지라고 한다. '날씨가 안 좋아서', '아직 몸이 안 풀려서' 등등…

외래에서 또는 주위에서 만나는 술꾼들이 “오늘 왜 술을 마셨느냐?” 는 나의 질문에 대답하는 핑계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500가지는 되었던 것 같다. 그 중 흔히 듣는 핑계 하나가 '오늘 비가 와서 마음이 울적해',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시원한 맥주 한잔' 등의 날씨 핑계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요즘 같이 무덥고, 더운 날씨에는 한국주류산업협회 보고 통계에 따르면 맥주 출고량이 다른 달에 비해 30~40% 정도 더 증가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맥주 판매량이 증가하면, 대신 소주나 다른 주종의 판매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될 것 같지만, 통계 결과는 소주나 다른 주종의 판매량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즉, 맥주는 시원하게 맥주대로 마시고, 다시 소주나 다른 술은 날씨와 상관없이 다른 계절처럼 마신다는 이야기이다.

건강한 사회적 음주자에게 더운 여름날 시원한 맥주 한잔은 낮 동안의 피로와 긴장, 걱정도 날려 버릴 수 있는 청량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름철 음주는 다른 계절에 비해 조심해야 할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 같은 음주량이어도 더 빨리 취할 수 있다. 더운 날씨로 말초 혈관이 확장되고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내 수분이 감소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음주는 몸의 탈수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취기도 빨리 오르며, 몸 안의 미네랄, 전해질에 불균형이 오기가 쉽다.

둘째, 더운 날씨로 심장이나 간 등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평소보다 적은 음주량도 이들 장기는 부담을 크게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고혈압, 당뇨, 통풍 환자에서 여름철 음주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셋째, 여름철 음주는 사고와의 관련이 높다. 음주운전이 겨울철만이 아니라 여름에도 빈번하다는 통계청 보고가 있을 만큼 물놀이 사고도 음주 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놀이 사망의 50% 이상은 음주와 관련이 있다. 특히 음주 후 수영은 그 자체로도 위험 할 뿐만 아니라 심장마비, 저체온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날씨도 더운데, 맥주 한잔 시원하게 마시는 것 가지고, 왜 이리 호들갑을 떠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시원한 맥주 한잔은 사실 손해보다는 이익이 더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고, 의학에서도 인정하는 것이다. 다만, 그 한잔이 석 잔, 넉 잔이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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