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초·중·고교에서 석면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유치원 2곳, 초등학교 130곳, 중학교 58곳, 고등학교 26곳 등 조사대상 학교 216개교에서 모두 석면이 검출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자료다. 학교의 석면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됐으나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 우리 자녀들이 석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교과부가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분석한 데이터여서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석면의 위해성은 크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유해성분이다. 인체에 들어오면 잠복기가 30년에 이른다. 극소량만 흡입해도 흉막 질환은 물론 폐암, 악성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한다. 전에는 건축자재로 애용됐으나 발암성이 확인된 뒤로는 점차 퇴출되는 추세다. 이러한 물질이 학교에서 다량으로 검출됐다니 걱정스럽다. 성장기의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지 않은가.
석면 광산이 있던 지역 주민들이 고통받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충남 홍성과 보령 지역 주민들이 석면에 장기간 노출돼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게 환경부 조사에서 밝혀졌다. 영월 이화광산 등 도내 폐석면 광산 인근에서도 주민들의 석면질환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됐다. 외국에서는 석면 제품을 아예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안전관리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학생들을 더 이상 석면의 위협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공포로부터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화한 조치가 급하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 건물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광범위한 실태 조사를 통해 위험성이 높은 곳으로 판정된 시설물에 대해서는 리모델링 등 신속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하게 된다. 해당 학교 학생들에 대한 건강영향 조사와 석면 안전교육도 필요하다. 늑장 대응은 자녀들의 건강을 그만큼 위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