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의 석호(潟湖)가 신음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환경오염이 심화되고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생태계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외래 동식물 또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석호는 연안류의 작용으로 형성되는 모래톱 등이 만의 입구를 막아 바다와 분리되면서 만들어진 자연호소다. 생태계의 보물로 생태학적, 경관적 가치가 높다. 하지만 동해안에 있는 18개 거의가 중병을 앓고 있어 자칫 기능을 상실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학계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외래종이 갈수록 늘고 있다. 도깨비가지와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가시박, 애기수영, 미국쑥부쟁이 등 6종의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식물이 곳곳에 큰 무리를 이루며 왕성히 자라고 있다. 점령 범위를 넓혀 자생식물의 서식환경이 그만큼 나빠지는 셈이다. 외래종이 영역을 확대하면서 토종이 말라 죽는 현상도 나타난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당국의 대책은 제자리걸음만 하는 듯하다.
생태계 교란동물도 토종의 씨를 말리고 있다. 화진포호 송지호 영랑호 향호 경포호에는 붉은귀거북이 서식한다. 천진호 봉포호 광포호 영랑호에서는 황소개구리가 발견됐다. 뱀까지 잡아먹는 황소개구리가 석호를 주름잡고 있는 것이다. 외래종은 토종어류, 수서곤충 등에 치명적 타격을 입혀 외래종과 토종 간 균형상태를 깨뜨린다. 수중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주고 심지어 먹이사슬까지 위협한다. 오염물질로 인한 부영양화도 심각하다.
석호의 면적 감소도 간과할 수 없는 상태다. 경포호의 경우 지난 90년간 개발 및 토사 퇴적 등으로 48%나 줄었다. 풍호는 94%, 쌍호는 92%나 감소했다. 아스팔트 도로로 인한 주변 생태계와의 단절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말레이시아 스웨덴 미국 등에서는 석호를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변 거주민들의 사회문화와 그 지역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석호를 살리는 총체적, 장기적인 환경 개선 사업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