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귀해진 명태

동태찌개가 제격인 계절이다. 펄펄 끓는 냄비를 보고 있자니 가곡 '명태'가 입 속에서 맴돈다. 당당한 풍채에서 뿜어져 나온 굵직한 저음, 바리톤으로 듣는 사람의 심금을 휘감던 오현명의 음정이 귓가에 어른거린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헛 명태라고 음 허쯧….”

▼명태는 가장 대중적인 국민 생선이다. 먹는 방식과 용도가 다채로워 머리에서 꼬리까지 그냥 버리는 것이 없다. 내장은 창난젓, 알(卵)은 명란젓, 대가리는 귀세미 김치에 활용한다. 꼬리와 지느러미는 볶아서 국물맛을 낼 때 쓴다. 쓰임새, 크기, 잡는 시기·방법·장소, 건조 상태에 따라 이름도 갖가지다. 생태, 북어, 황태, 선태, 동태, 찐태, 노가리, 코다리, 낙태, 먹태, 깡태, 왜태, 춘태, 막물태, 사태, 추태, 간태, 짝태, 북훙어, 조태, 원양태….

▼명태는 한류 회유성 어종이다. 동해 연안에서 산란한 어린 명태가 자라 북태평양, 베링해, 오호츠크해까지 갔다가 다시 우리나라 연안해역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개가 명태를 물어가도 쫓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흔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초를 정점으로 급감했다. 바다 수온이 높아졌고 회유코스인 러시아, 일본, 북한 연안에서 무한정 잡아버려 강원도 연안에서는 구경조차 힘들어졌다. '금태'로 불러야 할 지경이다.

▼요즘 동해안에는 명태 현상금을 내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다 자란 명태를 산 채로 잡아오면 포상금을 준다는 내용이다. 어시장 도매금의 10배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가 명태 자원회복을 위해 자연산란·인공수정으로 수정란을 확보해 종묘생산시험을 하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국내에는 채란과 수정을 거쳐 치어를 만드는 과정인 종묘생산 기술이 없다. 흔할 때 귀해질 줄 몰랐으니 딱한 노릇이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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