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정 진폐법 국회 본회의 통과
재가 환자들 3년간 노력의 성과물
전국적으로 1만4,000여명 더 혜택
“우리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 2007년 9월 강원도 폐광지역 재가 진폐환자들이 생존권 투쟁을 통해 외쳤던 구호이다.
예전의 산업역군들이 불치병에 걸려 삶의 막다른길로 내몰리자 사생결단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31일간의 단식투쟁을 벌였고, 지도부 삭발식과 갱목시위뿐 아니라 대규모 집회도 7차례나 가졌다. '불합리한 진폐법'을 고쳐달라는 절박한 몸부림이었다.
'우는 아이 젖을 준다'는 속담처럼 급기야 노동부에선 노사정이 참여한 '진폐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하여 문제해결에 나섰다.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개정 진폐법)'이 2009년 9월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하지만 정기국회 처리를 예상한 개정 진폐법은 해를 넘긴 2010년 2월 임시국회에서도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노동관계법 처리를 둘러싼 추미애 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의 갈등으로 상임위 파행이 장기화된 때문이다.
참다 못한 진폐재해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광산진폐권익연대(회장:최순길)에서 환경노동위원회의원들에게 '편지보내기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진폐 어르신들이 자필로 쓴 100여 통의 편지가 청와대와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들 앞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에서도 환경노동위원회가 열리지 않자 다급해진 광산진폐권익연대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리곤 '개정 진폐법 4월 임시국회 통과' '기초연금 60%로 상향조정'을 호소하는 '긴급 건의서'를 채택하여 여야 당대표 앞으로 발송하였다. 12일엔 협회지도부가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강원도당사를 방문하여 협조를 구하였다.
이러한 활동은 도내 일간지와 방송에도 크게 보도되었다.
특히 강원일보에선 '국회, 개정 진폐법 통과호소 듣고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로 보도해주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진폐재해자들의 간절한 소망은 마침내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4월20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의 50%였던 '기초연금'을 60%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후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서 4월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통과되었다.
13급 이상 진폐장해급수를 받은 사람들은 2010년 기준 월 60만원 수준의 생활비를 지원받게 되었으니, 대한민국 국회가 재가 진폐환자들에게 참으로 큰 '희망'을 선물한 셈이다. 그날 국회방송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재가진폐환자들은 대한민국 국회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번 개정 진폐법은 몇 가지 점에서 크게 평가받아야한다.
첫째, 진폐재해자들이 산업현장 근로자 중 최초로 '국가유공자급 대우'를 받게 된 점이다.
둘째, 당초 50%였던 정부안을 국회가 '60%로 인상'한 점이다.
셋째, 개정 법안의 성과는 고령의 진폐재해자들의 '끈질긴 투쟁의 결실'이란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개정 법안의 핵심인 '기초연금'은 전국적으로 1만4,000여명, 강원도에선 3,000여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이러한 법안은 5월 중순 법률 공포절차를 거쳐 11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 진폐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3년이란 긴 세월 동안 주도적 역할을 한 노동부 산재보험과에도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성희직 정선진폐상담소장·전 도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