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사실상 종식단계 진입 … 과제 산더미
한 달째 도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으며 사실상 종식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2차 예방접종률도 70%대를 넘어서 당국은 더 이상의 확산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제역의 광풍은 가까스로 잦아들었지만 앞으로 많은 과제를 남겨놓았다.
돼지 2차 예방접종분 백신 4만 마리분 이상 모자라
침출수·악취·토지 이용 제한 등 2차 피해도 현실화
매몰지 정비 시급 … 보상금 적용 과정 반발 가능성도
■가축 홀로코스트, 한 달간의 악몽= 도내 구제역은 지난해 12월23일 첫 발생한 후 지난달 21일까지 한 달 동안 13개 시·군 33개 마을로 퍼졌다.
이 기간에 소·돼지 등 가축 41만1,978마리가 살처분됐다. 특히 돼지의 경우 전체 사육 마릿수 55만6,300여 마리 가운데 70%가 넘는 39만1,400여 마리가 땅속에 묻혔다.
방역에 동원된 인력은 연인원 43만5,200여명에 달한다.
■과제1, 한계 드러낸 방역시스템과 매몰지 관리= 정부는 지난주 향후 2~3년간 예방접종이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국가'에서 '예방접종 국가'로 국가 방역정책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상시 예방접종을 위한 재원은 절대부족한 상태다. 당장 도내의 경우 돼지의 2차 예방접종분 백신이 4만 마리분 이상 모자라다.
수질 오염과 악취, 토지 이용 제한 등 매몰지로 인한 2차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도내 매몰지는 419곳이며 면적은 축구장 20개와 맞먹는 21만5,09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매몰지는 조성 당시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한 살처분과 매몰에만 몰두하느라 빗물 유입이나 침출수 유출 등으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해 소홀했다. 환경부는 지난주 도내 상수원 상류지역 매몰지 17곳을 점검했으며 이 가운데 4곳이 정비가 필요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도 역시 매몰지 인근 48곳의 지하수 관정에 대한 수질검사를 진행 중이다. 도 관계자는 “가축매몰지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며 공간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발생지와 매몰지의 사후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과제2, 축산업의 재편과 보상금 진통= 구제역 사태 이후 도내 축산업은 재편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올 초 차단방역 및 환경관리 능력을 갖춘 경우에만 축산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제를 도입하고 가축거래상 역시 당국에 모두 신고하도록 축산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영세 축산농의 경우 퇴출 위기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 농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이번 구제역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축산농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해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보상금 문제도 향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도내 396개 살처분 농가에 선지급된 보상금은 596억원으로 소·돼지 한 마리당 27만원 선에 그치고 있다.
아직도 수백억원의 보상금이 더 지급돼야 하지만 살처분 당시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소의 등급과 사육비 등이 고려되지 못한 채 일률적인 보상금 기준이 적용돼 반발이 일 수 있다. 한국농업경영인 도연합회 관계자는 “도내 축산업 기반이 모두 상실될 정도의 큰 피해를 입은 만큼 시일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피해 조사가 필요하고 체계적인 보상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