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침수 예상지역이 쓰나미 대피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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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2009년 배포한 해일재해지도 전문가 심의·자문 없이 제작

◇강릉 옥계지구의 해일재해지도.

강문지구 임시대피소 이동 시

해안변 따라 약 2㎞ 달려야

정동지구 범람 위험 하천 포함

대규모 해일 발생 시 주민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제작된 재해지도가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다.

강릉시가 2009년 제작해 배포하고 있는 해일재해지도는 총 7가지 종류로 해안가 대피경로와 지정·임시대피소, 침수예상지역 등이 표기돼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대피경로는 3~5m 침수예상지역인 해안변을 따라 움직이도록 설정돼 있다. 강문지구의 경우 강릉리조텔에서 임시대피소인 효산콘도까지 해안변으로 이어진 약 2㎞ 길을 따라 대피해야 한다. 또 옥계지구 역시 해돋이 민박 인근에서 지정대피소인 금진초교까지 1.3㎞ 해안길을 걸어가야 한다.

해일이 밀려오기 전 신속하게 최대한 멀리 해안가를 벗어나야 하는데도 대피를 위해 연안을 따라 수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안인과 정동지구의 경우 대피경로에 범람 위험이 있는 정동천과 군선강 등 하천까지 포함돼 있다.

김규한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쓰나미가 언제 덮쳐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해안변을 따라 대피소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센다이지역처럼 지진공백역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강릉과 삼척, 울진이 가장 위험한 만큼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대피로는 물론 지도에 표기된 지정·임시 대피소까지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존의 해발고도만으로 침수지역을 설정한데다 파도 높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형 및 경사도 등에 따른 영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강릉시는 별도의 전문가 심의나 자문없이 재해지도를 제작했다.

시 관계자는 “일단 높이 3m 이상인 건물로 대피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대피소까지 최대한 동선을 짧게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원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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