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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가리왕산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 仁者樂山)'이라 했다.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이를 압축해 '요산요수(樂山樂水)'라고 쓴다. 평창군과 정선군에 걸쳐 있는 가리왕산(加里旺山)이 그런 곳이다. 이 산은 태백산맥의 중심축을 이루며 계곡물은 오대천과 조양강으로 흘러들어 동강을 타고 한강으로 향한다.

▼가리왕산 상봉은 1,561m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높은 명산이다. 우선 산의 이름부터가 그렇다. 왕의 산이다. 삼한시대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이곳 첩첩산중으로 피난, 왕국 재건을 권토중래했다 하여 '갈왕산(葛王山)'이라 했고 훗날 가리왕산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온다. 갈왕은 이 산 정상 망운대에 올라 두고 온 땅을 다시 찾아가겠다고 다짐했고 그의 시녀들은 시녀암에 올라 부모형제를 그리워했다는 전설이다. 이 산 북쪽 장전리에 대궐터가 남아 있다.

▼장중한 산속에 절, 암자가 없다. 조선시대 산 입구에 '산삼봉표석(山蔘封標石)'을 세워 출입을 통제했던 것이 이유라고 추정된다. 왕실의 산삼 공급처였을 정도로 귀중한 이 산에는 요즘도 다양한 생물자원이 존재한다. 국가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이다. 천연 원시림 속에서 희귀식물 121종이 관찰됐다고 한다. 붉은배새매, 사향노루 등 야생동물도 6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보고다.

▼가리왕산이 세간의 논쟁거리로 부각됐다. 이 산 '중봉' 지대가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키 활강경기장 예정지로 지목돼 있기 때문이다. 이 종목에 필요한 조건을 갖춘 곳으로 유일하다고 한다. 사정이 그렇지만 학계와 환경단체는 단 2주간의 행사를 위해 수백 년 보존해온 원시림을 훼손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가 환경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니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한다. '정중여산(靜重如山)'이라 했다. '무겁기를 산같이 하라'는 말이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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