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동해안에 아열대성 어종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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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동해 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1)한류성 어종 급감

동해안 해역에서 해조류가 없어지고 석회조류가 번성하는 백화현상이 확산돼 해중림 조성 등 대책이 절실하다. 강릉=최유진기자

지구온난화로 동해 수중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동해안 어업인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명태는 씨가 마른 지 오래고 오징어 어획량도 해마다 널을 뛰면서 어촌 경제가 엉망이다.

해안 침식은 동해안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고 석호와 사구, 해안 방풍림 등 소중한 자연 자원들이 개발 논리에 밀려 마구 훼손되고 있다. 강원일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전문가들과 함께 청정 동해안 생태 환경 변화와 훼손 실태를 점검하고 선진국의 대처 사례를 분석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지난 36년간 표층 수온 약 0.82도 상승

가을철 남하하던 한류성 어종 회유량 줄어

기후 변동 어업 등에 끼치는 영향 연구 시급

'살아 있는 명태를 구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수년 전부터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춘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해 살아 있는 명태를 애타게 구하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명태의 대량 종묘 생산 및 방류를 위해 살아 있는 산란용 명태 어미를 실내 수조에서 사육, 인공수정으로 수정란을 확보해 종묘 생산 시험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어쩌다 그물에 걸린 명태도 뭍으로 올라오는 순간 죽어 버리는 등 살아 있는 성숙된 암수 개체 확보에 실패해 계획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동해수산연구소는 방법을 바꿔 러시아나 일본을 통해 명태 수정란을 들여오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지난 36년간 동해안 표층 수온은 약 0.82도 상승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동해안에서는 명태 등 한류성 어종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아열대성 어종들이 자주 나타나는 등 생태 환경이 급변했다. 동해안에 서식하는 어종 중 남쪽에서 월동을 하고 난류를 따라 북상 이동하는 대표적 난류성 어종은 정어리, 멸치, 고등어, 꽁치, 방어, 삼치, 오징어 등이다.

반대로 한류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는 한류성 어종은 대구, 명태, 도루묵 등이 있다.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 멸치, 방어 등은 전체적으로 어획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한류성 어종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다.

원산만이 주 산란지인 명태의 경우 남획에 의한 자원 고갈이 어획량 감소의 주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수온 상승도 어획량 감소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회유성 어종의 회유 패턴도 급변했다. 겨울철 월동을 위해 따뜻한 남쪽 해역으로 남하 회유하는 오징어나 멸치, 방어 등 난류성 어종이 겨울철에도 동해안에 계속 분포하면서 어장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가을철에 강원도 연안으로 남하하던 명태나 도루묵 같은 한류성 어종의 회유량이 줄어들고 있다.

동해안 해역에서 해조류가 없어지고 석회조류가 번성하는 백화 현상도 수온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양양과 강릉 주문진 인근 해역의 정치망에서 아열대성 어종인 대형 가오리와 보라문어가 잡혔다. 울산 연안에선 참다랑어가 잡혔고, 2004년 6월 중순에는 후포 연안 정치망에 열대나 아열대 해역에서 주로 분포하는 흑새치가 걸렸다.

최근에도 고성, 양양, 삼척 등에서 남해안이나 제주해역에서 볼 수 있었던 아열대성 어종인 노랑자리돔, 쏠배감펭, 바다뱀, 꼬치삼치, 강담복 등이 잇따라 어획되고 있다.

특히 동해안에서 한류와 난류 교차 해역인 동해 울진 왕돌초 주변 해역에선 줄도화돔, 자리돔, 거북복 등 아열대성 어종이 수중 잠수 조사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동이 어업 자원 및 해양 생산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종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장은 “주요 수산 자원 생물의 산란기 및 성육기의 생태적 특징과 환경 변동 및 생태계에 반응하는 기작 연구, 연근해 어업의 단위 생산성 변화 등 대상 어종별로 종합적 비교 분석이 필요하며 어류, 해조류 등 해양 생물의 분포 해역 변동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릉=고달순기자 dsgo@kwnews.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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