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송정·망상 등 해안사구 31곳 훼손 심각
희소가치 높은 석호 역시 일부 제외 보전 못해
정부에 복원사업비 요청 불구 예산 전액 반려
"해설가 등 전문인 양성 습지 중요성 알려야"
동해안에서 모래언덕인 사구(砂丘)와 자연호수인 석호(潟湖)가 사라지고 있어 보전대책이 절실하다. 지리적, 생태적,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사구와 석호가 지역주민들의 정주여건개선과 소득창출을 위한 개발행위에 묻혀 가고 있다.
■사구=동해안의 사구는 해안사구이다. 해안선을 따라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구간이 많아 방풍과 방재 역할 뿐 아니라 독특한 생물의 서식지이며 관광자원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원주지방환경청에 따르면 동해안의 해안사구는 모두 31곳이지만 현재는 대부분 원형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다.
길이 2km 이상되는 사구인 동해 송정과 망상을 비롯해 1~2km에 이르는 속초와 양양 낙산, 강릉 사천, 경포대, 1km이하인 고성 오호와 죽도, 강릉 안인진, 삼척 호산 등 10개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
그나마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송죽과 동호, 오봉, 하시동 등 6개뿐이다. 사구 훼손은 해안도로 건설과 항포구 확장공사, 해수욕장 조성, 상가건설 등 각종 난개발이 원인으로 지금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보호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08년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리 일원의 안인사구가 생태경관 보전지역로 지정된 것이 고작이다.
■석호=석호는 동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이다. 담수와 해수의 중간 성격을 갖는 기수호로 독특한 생태계를 갖고 있고 철새들의 도래지이자 중간 기착지로 희소가치가 높다.
지각변동과 모래톱 등에 의해 약 6,000년 전 형성된 자연호수인 석호는 고성군에서 강릉시까지 모두 18개가 산재해 있다. 이 중 비교적 원형이 잘 보전된 석호는 고성 화진포호, 송지호, 광포호, 속초 영랑호, 양양 매호, 강릉 향호, 경포호 정도이다. 나머지 석호들은 인근지역의 난개발과 수질악화 등으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리의 풍호는 인근 화력발전소의 회탄재 매립장소로 사용되다 지금은 그 자리에 골프장이 들어섰다.
양양군 현북면 중광정리의 군개호(군개버덩)는 하조대 집단시설지구 공원조성사업으로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속초시 청초호도 유원지 조성사업으로 상당 부분 그 원형을 상실했다.
지난해 환경부는 국내 석호로는 처음으로 고성 화진포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2007년 화진포를 비롯한 동해안 7개 석호가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고성군이 환경부에 요청한 생태하천(석호)복원 사업비는 예산 사정을 이유로 전액 반려했다. 현재 고성군은 접경지역지원특별법 등 화진포 복원사업을 위한 다른 방안을 찾아보고 있지만 예산확보는 불투명한 상태다.
환경학자들은 각각의 석호가 갖고 있는 특징과 지역별 특성, 주민들의 인식 등을 종합한 관리방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광포호 같은 경우는 개인소유로 돼 있어 보전대책을 세우는 것 조차 쉽지 않다.
한동준 도립대 소방환경방재과 교수는 “석호가 긴 세월에 걸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보전과 복원방안도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정부나 지자체에서 단기적으로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해도 결국 인위적인 시설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석호를 살리는 근본적인 방안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석호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식이 중요하다”며 “습지에 대한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습지해설가 등 전문인력양성도 지자체에서 적은 예산으로 시작할 수 있는 하나의 보전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유진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